[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석유화학 산업 전반의 실적 부진 우려 속에서 LG화학의 사업다각화 성과가 주목 받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의 영향으로 석유화학 수요 위축이 우려되는 가운데,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사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업계 일각에선 내년 LG화학 전지 사업의 영업이익이 50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이르면 3분기, 늦어도 4분기 중 전기자동차와 ESS(전력저장장치) 등 중·대형 배터리 사업에서 흑자 전환을 달성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60조원에 이르는 수주 성과가 매출 증가로 이어지면서 '규모의 경제'에 따른 수익 달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ESS의 고성장 추세가 지속하고 4분기에는 전기차용 배터리도 흑자 전환할 것"이라며 "내년 이차전지 영업이익은 5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6년 영업적자였던 LG화학 전지사업본부는 지난해 289억원 영업이익을 거둬 흑자 전환했고, 올해는 이익 폭이 더 확대돼 약 2000억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의 전기차용 배터리 수주 물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작년 말 42조원 규모였던 자동차용 배터리 수주 잔액이 올해 상반기 말 60조원을 돌파했고, 최근 폴크스바겐과의 공급 계약을 확정하면서 수주 잔액이 수조원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폴크스바겐에 대한 배터리 공급은 내년 말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여기에 주요 배터리 공급처인 GM(제너럴모터스)가 전기차 볼트 생산 라인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LG화학에는 호재다. 주요 배터리 소재 가격도 최근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원가 부담도 줄어들고 있다.
이와 관련,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2020년까지 배터리 사업 매출을 5조원 가량 더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작년 전지사업본부 연 매출이 4조5606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공격적인 전략이다. 최근 분위기로 볼 때 박 부회장의 이 같은 목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배터리 사업의 이 같은 성장세로 석유화학 라이벌인 롯데케미칼과의 실적 차이도 점차 벌어질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이 취합한 증권업계의 실적 전망치 평균을 보면 LG화학의 영업이익은 올해 2조4981억원으로 전년보다 15% 가량 감소하지만, 내년에는 2조7293억원, 2020년에는 3조1177억원으로 다시 성장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2조4878억원, 내년 2조5706억원, 2020년 2조5784억원으로 정체할 것으로 예측했다. LG화학과 달리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기초소재의 사업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업계 관계자는 "호황 때 위기를 준비하라는 조언처럼 끈기있게 미래 성장동력을 키워온 LG화학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며 "바이오, 고부가 첨단소재까지 성장세를 타면 기업 위상이 한층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