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강해령 기자] 삼성전자가 건조기, 의류청정기, 공기청정기 등 '신(新) 생활가전'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라인 업을 늘려가며 새로운 수요 창출에 힘을 쏟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하반기 새로운 의류 건조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국립전파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 달 초 새로운 건조기 2대의 KC 인증마크 등록을 마쳤다. 모델명은 각각 'DV16R8540KW', 'DV90R6500KP'다. 통상 'DV' 뒤의 숫자가 건조기의 용량을 나타내는 것으로 미뤄봤을 때, 'DV16R8540KW'는 국내에서는 처음 나오게 되는 16㎏ 용량의 '초대형' 건조기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삼성전자가 올해 14㎏ '그랑데' 건조기로 대형 건조기 시장에 불을 붙인데 이어, 용량을 2㎏ 늘린 기기 출시까지 검토하며 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가정 환경에서는 9㎏ 용량 건조기가 적합한 게 사실"이라며 "아직 규모가 확실치 않은 대형 건조기 시장을 기술과 탄탄한 유통 채널 등으로 선점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등 대세로 떠오르는 생활 가전의 라인 업을 공격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8월 말 삼성전자는 '에어드레서'를 출시하면서 LG전자의 스타일러가 독점하다시피 한 의류관리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출시 한 달 성적표는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에어드레서 판매 전후의 41일을 비교한 결과, 출시 이후 의류건조기 시장 매출액이 50%나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20%)보다도 배 이상 증가해 소비자의 관심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라인 업을 확대할 가능성도 크다. 김현숙 삼성전자 상무는 8월 열린 에어드레서 출시 행사에서 "대용량 의류청정기 출시도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달에는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도 미세먼지가 이슈가 떠오르면서 프리미엄 공기청정기 '큐브'의 30평형 B2B(기업간 거래)용 제품도 공개하며, 가정용 제품 공급과 보폭을 맞춰갈 방침이다.
이렇게 삼성전자가 새로운 제품군 라인업 확대에 절치부심인 이유는 '전통 백색가전'보다 새로운 가전 제품의 성장이 압도적으로 빠르기 때문이다. G마켓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의류관리기, 의류건조기,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90%, 190%, 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통 백색가전으로 분류되는 TV(19%), 냉장고(30%), 세탁기(28%)의 성장세에 비하면 가히 '폭발적'이다. 새로운 제품군은 가전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7% 내외에 불과하지만, 젊은 층의 지지를 받으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부문의 수 년 간 이어진 낮은 영업이익률에 신선한 충격을 줄 만한 제품군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 CE 부문이 2013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연간 영업이익률이 2%를 넘어간 사례는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에어컨과 세탁기, 냉장고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11년 각각 5.2%, 5.1%, 2.7%에서 지난해 6.6%, 6.2%, 2.5%로 제자리 걸음인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가전제품은 '교체수요'인 반면, 새로운 생활가전은 젊은 층을 끌어들여 신규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삼성도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요를 찾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강해령기자 strong@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