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부의 반시장적 경제정책으로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는 것'이라는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지적에 "지난 정부에서부터 지속된 저금리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유동성 과잉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넘쳐나는 유동성을 정상화하는 것이 주택 정상화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년간 김 장관 본인의 온갖 노력에도 안 잡힌 집값 과열 원인을 금리 탓으로 돌린 것이다. 오락가락하는 집값 대책으로 국민 혼란을 가중시킨 김 장관이 본인의 업무는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서 업역을 뛰어넘는 정책 개입까지 하고 있어 사상 최악의 부동산 수장이라는 오명을 쓸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해 취임한 뒤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취지로 집값 안정화 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논란을 샀다. "본인이 사시는 집이 아니면 다 파시라"며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집을 두 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이 다주택자라는 논란이 커지자 주택을 친동생에게 팔았다.
김 장관은 주택 정책의 수장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역대급 대책을 쏟아낸 집값은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13 대책 발표를 앞두고 지난달 서울 집값은 월간 기준으로 1.25%의 상승 폭을 기록해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KB국민은행의 월간주택가격동향을 살펴보면 공인중개사 10명 중 6명은 서울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3년 4월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외에도 등록임대주택 사업자에 주던 세금 혜택을 8개월 만에 줄이겠다고 밝혀 시장에 큰 혼란을 줬다. 예정된 시점보다 앞당겨 사업자 등록에 나서려는 사람들이 관계기관에 몰리고 있지만 관련 지침이 없어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 업무 혼선을 빚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 대책도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달 21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3기 신도시 건설 등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서울은 '찔끔' 공급하는 데 그치고 서울에서 30∼40㎞ 떨어진 불편한 지역에 물량을 집중시켜 해당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장의 반발만 사고 있다. 특히 김 장관의 지역구인 고양시민들까지 돌아서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반발은 신규 택지 후보지뿐만 아니라 2기 신도시까지 확대됐다. 2기 신도시 주민들은 집값 하락, 미분양 증가 등을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3기 신도시 조성 반대와 2기 신도시 대중교통 확충을 요구하는 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 직권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강행하겠다고만 밝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부동산업계는 김 장관이 부동산 대책을 경제적인 관점이 아닌 정치적인 관점에서만 해결하려고 하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김현미 장관은 주택 정책에 있어 경제적인 해법은 찾지 않고 정치적인 해법만 찾으려고 하고 있다"면서 "준비된 모습은 보이지 않고 조급함에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정책만 잇따라 내놔 정책 실효성과 신뢰도가 추락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린벨트 해제 직권을 강행하겠다면서 논란만 더 키우지 말고 기존에 발표했던 신도시 4∼5곳 후보지를 확정해 시장을 안정화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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