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인문학] 위계구조 속 성공적 협력방법

[디지털인문학] 위계구조 속 성공적 협력방법
    입력: 2018-09-27 18:06
김종규 성균관대 하이브리드미래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디지털인문학] 위계구조 속 성공적 협력방법
김종규 성균관대 하이브리드미래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온라인게임이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한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몇몇 게임개발사들은 대기업으로도 발돋움하였으며, 젊은이들이 입사하고 싶은 최고의 직장들로 손꼽히고 있다. 이러한 게임개발사들이 출시하는 게임들은 대부분 엄청난 스케일의 대작들이다. 대작인 만큼 게임의 개발에는 응당 많은 투자가 요구된다. 자금도 자금이려니와 체계적으로 조직된 인력들 역시 투입되어야 한다. 게임회사들의 자유로운 분위기는 잘 알려진 것이지만, 투입 이상의 결과가 산출되기 위한 엄격한 체계 역시 존재한다.

온라인게임은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자라난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이 꼭 대작 게임만은 아니다. 대형 게임사가 개발하는 게임들과 달리 최근에는 개인이나 소규모 단체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모바일 게임들도 적지 않다. 규모가 작은 만큼 게임의 개발에 투여되는 비용은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처럼 대작들 부럽지 않은 큰 인기를 끈 게임들도 개발되었다. 이러한 게임들은 말 그대로 '인디게임'(Indie Game)이라 불린다. 인디밴드들이 보여주는 톡톡 튀는 창의성과 실험정신을 인디게임에서도 느끼고 발견할 수 있다.

대형 게임개발사의 대작 게임과 인디게임을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규모의 차이를 넘어서, 유저의 입장에서 어떤 게임을 선택할 것인지는 개인의 취향일 따름이며, 더욱이 서로 다른 두 게임이기에 서로를 비교할 수 있는 기준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두 게임을 비교하듯 언급하는 것은 이 두 가지 형식의 게임이 구성되는 서로 다른 디자인의 방식 때문이다. 최근 인디게임 콘퍼런스(부산인디커넥트 페스티벌2018)를 위해 방한한 인디게임 개발자 크리스 해커는 자신의 게임 디자인 경험을 바탕으로 이 두 게임의 디자인 방식의 차이점을 언급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대작 게임의 경우 게임의 전체 틀을 마련한 후 게임을 개발하는 하향식(Top-down)으로 디자인되는 반면, 인디게임의 경우는 작은 부분에서 시작해 전체 그림을 짜 맞추어 나가는 상향식(Bottom-up)으로 디자인될 수 있다. 이 부분들에는 유저들의 피드백도 포함되며, 이러한 점에서 그는 인디게임이 유저들과의 상호성을 바탕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이 같은 게임 개발 구조 속에서 인디게임의 유저들은 더 이상 게임의 객체인 소비자로서 간주되지 않는다. 오히려 유저들은 공동 창작자로서 게임에 참여하며, 이 과정에서 유저들과 게임 개발자들 간의 실질적 협력 관계가 구축된다.

게임의 디자인 역시 하나의 의사결정 과정이며 따라서 게임의 디자인에 있어 하향식과 상향식이라는 의사결정 구조가 언급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인디게임의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언급이 자칫 게임 디자인의 지향점을 주장하는 것으로 읽혀지길 결코 바라지 않는다. 인디게임의 개발에 있어 상향식이 강조되는 것은 '인디'라는 조직의 특성에 기인된 것일 수 있다. 더군다나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상향식은 좋은 것이고 하향식은 나쁜 것이라는 식의 구분도 적절치 못하다. 물론 관료제 사회가 보여주는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점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하향식 의사결정 방식의 장점이 없는 것도 아니며, 더군다나 상향식 의사결정 방식 역시 장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 구조의 선택은 늘 문제였다. 이에 대한 하나의 대안은 양자택일의 관점을 벗어나는 데서 모색되고 있다. 하향식과 상향식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양자를 균형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그것이다. 하향식과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의 균형적 통합을 통해 그 두 구조 각각의 단점을 상호 보완한다면, 이전 보다는 효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 나은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하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의 원인을 근원적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한다면, 좀 더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 두 구조가 성립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전제 조건이다.

이 두 의사결정 구조는 서로 다른 방향성을 갖는다. 그러나 하향식으로 이루어지는 의사결정이나 상향식으로 이루어지는 의사결정 모두 공통적으로 '의사결정의 수직적 체계'를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가 만일 이 수직적 체계에서 기인되는 것이라면, 하향식이나 상향식이라는 방향성에서만 그 문제의 원인을 찾는 것은 불충분한 분석이다.

장점을 취하는 방식의 균형적 통합은 수직적 체계 자체의 문제를 반복하게 될 따름이다. 이 수직적 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미래 가치로서의 협력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다. 어떠한 방향이든 위계적 구조를 배제할 수 없고, 또한 협력은 위계적 구조 하에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협력은 명령과 복종이 아닌 평등의 기초 위에서 이뤄지며 이를 위해 우리는 이 평등을 수직적 체계 내에서 이해하려는 우(愚)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기술혁명 시대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더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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