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R&D 회계 지침
잠재적 투자 가치 등 미반영
투자유치·기술상장 장벽 우려
잠재적 투자 가치 등 미반영
투자유치·기술상장 장벽 우려
금융당국이 의약품 개발 단계에 따라 R&D(연구개발) 비용의 자산화 여부를 달리 결정해야 한다는 회계처리 감독지침을 발표하면서, 바이오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이번 지침이 투자유치와 기술상장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19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에 따르면 앞으로 신약은 '임상 3상',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는 '임상 1상' 단계에서 R&D 비용을 자산화할 수 있다. 복제약(제네릭)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효능·효과 등이 동등한지를 확인하는 생동성 시험 계획 승인을 받으면 자산화가 가능하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바이오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기준을 마련하려고 시도한 것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신약의 경우 임상 3상이 시작되는 시점을 회계처리 기준 시점으로 정한 것 등은 해당 분야의 초기단계 기업과 이제 막 진입하려는 벤처기업들에는 투자유치·기술상장의 장벽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신약 개발의 특수성과 어려움, 제약·바이오 기업의 잠재적 투자 가치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데 아쉬움이 크다는 것이다. 신약의 경우, 임상 3상까지 R&D를 지속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뿐더러 임상 1, 2상 단계에서 기술수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같은 바이오 기업이라도 R&D 역량에 따라 성공 가능성이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R&D를 지속하려면 자금 조달이 돼야 한다"며 "연구개발은 하고 있지만 아직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는 바이오벤처의 경우, 보수적인 회계지침 아래에서는 회계상 손실을 지속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투자자를 찾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다수의 바이오기업들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사업보고서를 수정한 상태"라며 "이번 지침이 제시한 기준을 지키기 위해 임상 속도를 늦추는 업체들이 연이어 나오게 되면 업계 전반적으로 R&D가 위축되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4분기 중에 코스닥상장규정을 개정해 기술성 있고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은 기업에 대해서 상장유지요건특례를 마련해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자산화 기준의 세부 내용이 나오지 않아 답답해 하던 바이오시밀러 생산업계의 경우, 여유를 찾은 모습이다. 한 바이오시밀러 개발사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예전에도 R&D 비용을 임상 1상부터 자산화해왔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금융당국이 발표한 지침으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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