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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경제 반면교사 `아르헨티나의 悲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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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경제학
[시론] 한국경제 반면교사 `아르헨티나의 悲劇`
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경제학

아르헨티나는 또 다시 외환위기가 닥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에 휩싸였다. 선거를 1년 앞둔 마우리치오 마크리 대통령은 페소화의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 달러화에 대한 페소화의 가치는 올해 1월 이후 절반이 날아갔다. 중앙은행은 자본도피를 막기 위해 단기 기준금리를 년 60%까지 올렸다.

그러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에는 암달러상이 번창하고 시민들은 암달러상으로 몰려든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불붙었다. 사람들은 닥쳐올 인플레이션과 불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로 불안하다. 경제전문가들은 경제가 앞으로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본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가 극심한 이플레이션을 진정시키고 자본도피를 막는 등 위기해소를 위해서 페소화를 포기하고 미 달러화(Dollarization)를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아르헨티나의 경제를 단적으로 표현해서 '아르헨티나의 비극, 한 세기에 걸친 끝없는 추락'이라고 요약했다. 아르헨티나의 전성기는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난 1914년까지 43년간이다. 당시에 이 나라는 세계의 '기회의 땅'으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 평균 6%로 세계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아르헨티나의 비옥한 대초원은 유럽의 이민과 자본을 끌어들여서 농산물과 가축 생산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던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10대 부국에 들었다. 영국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보다는 뒤졌지만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보다 앞섰다. 1인당 소득은 16개 부국 평균 수준의 92%에 달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성기는 그 후 다시 오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경제는 때로는 국제 농산물 경기에 힘입어 호황을 맞기도 했지만 20세기의 대부분을 반복되는 위기로 점철했다. 이제 1인당 소득은 똑 같은 16개 부국 평균의 43%로 떨어져서 중남미의 칠레 우루과이보다도 뒤졌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회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고통분담을 국민에게 설득하기는 어렵다. 1990년대에 진보적 개혁의 실패 경험도 개혁 노력을 불신하게 한다. 개혁은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전례 없는 추락에 맞설 것을 요구하지만 그래서 어렵다. 어느 나라도 아르헨티나 같이 선진국에 거의 도달했다가 개도국의 나락으로 다시 추락한 나라는 없었다.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위기는 글로벌 금융에서 잘 알려진, 그러면서도 잘 잊혀지는 두 가지 사실을 주목하게 한다. 첫째는 지난 20여 년 동안 양적완화 등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으로 돈을 마구 찍어내던 미국이 통화정책을 정상화 하려고 하자 이러한 노력이 다른 나라 특히 국내에 자체적인 위험요인이 많은 국가들에게 커다란 금융압박을 가한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일단 신뢰의 위기가 발생하면 이것은 통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통화환수가 성급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미국 경제는 완전고용에 도달하고 활발하게 성장해서 지난 2분기 성장률은 4%(연률 기준)를 초과했다. 금리는 낮은 수준이고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는 대규모의 매입채권을 떠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완만한 긴축 움직임이지만 미 달러화 가치를 상승시키고 아르헨티나의 외화표시 부채 상환이나 차입을 어렵게 한다. 그렇게 부유하던 경제가 어떻게 오늘날과 같이 피폐하게 될 수 있을까?

지난 세기에 끝없이 추락한 아르헨티나 경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여기서 따지고 싶지는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장의 경직성 특히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이를 부추긴 포퓰리즘 등 정치불안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물론 그밖에 구조적 요인이나 이 나라의 특수성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경제의 전성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사실들이 위기가 닥치면 신속하게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르헨티나의 비극은 개도국을 넘어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가 지극히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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