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시론] 대학 위기는 우리 사회 위기의 축소판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이희상 성균관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시론] 대학 위기는 우리 사회 위기의 축소판
이희상 성균관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9월이 시작되며 대학에서는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지금 대학은 삼사십대들이 다니던 예전의 대학과는 사뭇 다르다. 오늘은 요즘 대학이 어떤지, 무엇이 고민인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요즘 대학은 공급과잉, 수요부족이다. 즉, 대학 정원 대비 입학생 수요가 정말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은 심각하여 출생아 수가 1990년대 1년에 60만명에서 70만명 사이를 오가더니 2001년 이후 50만명 이하로 줄어들고 2016년에는 드디어 4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2016년생이 대학을 갈 2035년 이전에도 저출산의 공포는 찾아온다. 즉, 2018년도 58만명에 이르른 고3학생 수가 5년 뒤인 2023년에는 42만명으로 30% 가까이 급감한다. 이같은 인구 감소에 더해 대학진학률이 최근 10년 동안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대학진학률은 83.8%에서 2017년 68.9%로 15% 정도로 급격히 감소하였다. 이와 같은 대학진학률의 급격한 감소는 우리 경제가 대학학력 이상의 고급 일자리 수요를 예전보다 더 창출하지 못하고 있고 대학교육이 국민들의 기대 수준에 못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 입학 적령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진학률도 감소하고 있으니 국가적 차원에서 대학의 정원을 줄이는 일은 당연하다. 따라서 요즘 대학에서는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8월 발표한 대학역량진단결과 전체 진단 대상 대학의 20%인 66개 대학이 정원 감축을 권고 받은 바 있다. 말이 권고이지 산학협력지원사업 등 특별재정지원이 아닌 정부의 일반재정지원을 받으려면 정원을 감축하여야 한다는 조건으로 대학의 입학 정원 감축을 유도하고 있다. 진단 대상 대학의 6%인 또 다른 20개 재정지원제한 대학은 내년부터 정부의 모든 재정지원이 끊어진다. 이들 20개 재정지원제한 대학에서 계획 중인 정원 감축이 15%(일반대학), 10%(전문대학) 수준 밖에 안되니, 전체적인 감축 규모는 1만명도 안된다. 결국 대학구조조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고 성과가 미진하면 정부의 조정 이전에 폐업하거나 도산하는 대학들이 줄줄이 나올 것이다.


요즘 대학은 빠르게 국제화되고 있다.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국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규모는 지난해 기준 12만3853명으로 10년 전에 비교하면 280%나 늘었다. 우리 대학의 수준이 올라가서 유학생이 늘어난 측면도 있겠지만, 사실 앞서 제기한 내국인 입학생 수가 감소하는 것이 더 큰 이유이다. 상당수의 대학원 이공계 학과에서는 한국인 학생보다 외국인 학생이 더 많은 실정이고, 유학생들이 없으면 실험실이 멈춰야 하는 상황이다. 대학의 국제화는 강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의 수용을 위해 상당수의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도록 하고 학과 및 교수 평가 등에 사용하기도 한다. 교수의 영어실력이 원어민 수준이 아니고 다수의 한국인 학생들도 영어 듣기, 말하기에 약하니 수업 진도가 느려지고 강의 품질이 저하되었으니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내국인 학생들도 있는 실정이다.
대학의 강의실 풍경은 어떠할까? 요즘은 많은 대학들이 출결을 스마트폰 내의 학생증과 센서로 관리해서 교수가 출석을 안 불러도 된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아도 출석률은 지금 30, 40대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보다 훨씬 좋다. 과제도 열심히 낸다. 왜냐하면 출결이나 학점이 불투명한 취직전선에서 치명탄이 될까 걱정이기 때문이다. 입학 직후부터 취업에 대한 준비에 눌려 어깨가 무겁고 같은 학과 같은 학번 친구들에게도 마음을 열기보다는 서로 존댓말을 쓴다. 요즘 대학생들의 어깨를 누르고 있는 것이 젊은 대학생 스스로의 문제보다는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의 문제에서 출발하였다는 점이 기성세대로서 매우 미안하다. 하지만 저출산으로 인한 입학정원 과잉과 구조조정, 역량이 준비되지 않은 급격한 대학의 국제화 문제 등이 교육계보다는 기성 정치, 경제, 사회가 더 책임이 큰 것 같아서 슬며시 큰 책임은 대학 밖으로 밀어낸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