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保守, `수구 기득권` 오해에 분노해야

[시론] 保守, `수구 기득권` 오해에 분노해야
    입력: 2018-09-12 18:04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시론] 保守, `수구 기득권` 오해에 분노해야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2017년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 정치는 진보세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들은 평등을 좌우명으로 삼아 신념에 바탕을 둔 국정운영을 시도하고 있다. 이전 보수 정권의 모든 정책은 청산의 대상인 적폐일 뿐이며, 자신들만이 정의라고 주장한다. 일부 비현실적 정책의 오류에도 불구하고 최근 하락하긴 했지만 문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대한 지지도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그 주된 이유는 탄핵 이후 보수정치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새가 두 날개로 나는 것처럼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세력이 균형 있는 양 날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더 중요한 것은 새의 머리가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다. 활발한 날갯짓은 날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머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새는 이리저리 헤맬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보수정치를 바로 세워야 하는 것은 보수라는 날개를 고치는 것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들에게 '보수'는 기득권과 부패, 반칙, 부도덕 등 온갖 부정적 이미지로 점철되어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보수세력은 기득권을 지키는데 혈안이 되어 필요한 개혁을 외면하는 세력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보수주의 혹은 보수정치와 정반대의 모습이다.

보수주의가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과는 관계가 멀다. 오히려 보수주의자는 경쟁의 가치를 인정하고 노력의 차이에 따른 결과를 존중한다. 기회는 평등해야 하지만 결과는 불평등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진정한 공정성은 무조건적 평등이 아니라 노력에 따라 다른 결과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것에서 비롯된다.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중요시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 이 점에서 보수주의는 공화주의와 궤를 함께한다. 공화주의의 입장에서 보수는 화합과 통합을 중요시하고 경쟁에서 뒤처져 인간다운 삶이 어려운 사람들을 공동체가 보호해야 하며 극단적인 빈부 격차를 배격한다.

보수주의의 본질은 도덕성이다. 보수는 특히 명예와 봉사, 공동체를 위한 희생을 중요시한다. 이는 흔히 노블리스 오블리주라 불리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자신을 희생한 모든 애국지사와 순국열사들을 기억하고 그 후손들이 명예롭게 살 수 있게 돌봐야 할 의무가 바로 도덕성의 대표적 사례다. 이런 의미에서 일제 식민시대를 거쳐 광복을 이루기까지 희생한 순국선열들, 공산주의 침략에 맞서 이 나라를 구한 애국 전사들, 가난을 물리치기 위해 피와 땀을 흘리면서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오늘날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한 산업화의 역군들, 그리고 독재로부터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지켜낸 민주열사들 모두 우리가 기억하고 자손만대 보답해야 할 순국선열이다.

보수의 가치는 고정불변의 교조적 이념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역사와 전통과 함께 성장하고 끊임없이 재창조되어왔다. 보수주의는 이념보다 현실을 더욱 중요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기제로 작동한다. 보수적 가치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보수주의자들은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가치를 찾아 나선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보수주의가 지향하는 제도적 가치지만 고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처한 현실의 문제를 보다 더 잘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한다. 경제민주화 조항을 헌법에 포함한 것도 바로 이러한 자율성과 적응성의 반영이다.

무더위 끝에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날씨의 변화처럼 보수정치의 앞날에 변화의 가능성을 볼 수 있을까? 보수정치 바로 세우기는 한국 보수정치의 미래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은 잘못 알려진 보수주의와 보수정치에 대한 바른 이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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