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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토론과 비판이 결여된 부동산정책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입력: 2018-09-10 18:08
[2018년 09월 11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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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토론과 비판이 결여된 부동산정책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토론은 사람들이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음으로써 그 사안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다. 사안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면 그 과제의 본질과 해결책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다.

의견을 '주고받음'이란 논리적·실증적 근거를 바탕으로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고 서로 더 나은 의견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토론의 궁극적 목적은 서로의 의견을 이해하고 더 나은 것을 찾아 사안에 대한 합의에 이르는 것이다. 편을 갈라 서로의 주장만을 관철하려고 다투는 것은 토론의 취지에 맞지 않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토론이 있는 이유는 세상에는 가치관, 인생관, 관습, 전통 등에 있어 서로 다른, 참으로 다양한 인간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토론의 이점으로서는 내가 옳다면 토론을 통해 그것을 확인하여 내가 옳다는 점을 더욱 확신할 수 있고, 내가 틀리다면 그것을 바로 잡고 나의 견해를 수정할 수 있으며, 오늘 우리가 의견의 일치를 본 해결책이라고 하더라도 다음 세대와의 토론을 통해 더 나은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다양한 인간들이 토론을 통해 특정 사안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번거롭고 귀찮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그것은 다양한 인간들이 숨 쉬며 살아가는 인간 세상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토론이 있다는 것은 사상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론이 있는 사회는 살아 움직이는 자유 사회이며 토론이 없는 독재 국가와 같은 사회는 죽은 사회다. 또한 현명한 사회는 사람들이 가진 다양한 견해를 낮은 비용으로 원만하게 종합하고 반영하는 사회다.

국민 대다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의 장(場)이 널리 열려 있어야 한다. 정부 정책은 나라 전체의 운명을 가르는 것일 수도 있고, 혹은 특정 집단에는 이익이 되지만 다른 집단에는 손해가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 정부 당국자들이 전문가 집단을 비롯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널리 듣고, 학문적 논리와 경험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정책 결정이 이뤄질 수 있는 자유로운 토론 문화가 요구된다. 자유롭다는 말은 정책 집행자들이 자신들의 이상이나 가치 또는 의지만을 앞세우며, 인간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에 어긋나는 정책을 고집하지 않고, 사안에 대한 이론과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참고한다는 뜻이다. 특히 전문가 집단의 이론과 경험을 경청하는 것이다. 그런 일을 잘 하는 것이 바로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로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의 잘못된 점은 토론에 의해 바로 잡을 수 있다. 집에 대한 종부세를 인상하면 그 부담 때문에 집값은 단기적으로 내려간다. 예를 들어 연간 이자율이 3%라고 할 때 10억 원의 집에 부과하는 종부세를 300만 원 인상하면 집값은 1억 원 정도 떨어진다.

집의 내구 연수가 상당히 길다고 가정하면 그동안 납부해야 하는 종부세가 현재 가치로 1억 원 정도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집값은 내려갔지만 보유세가 증가하므로 주거비용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건축업자가 새로 지은 집을 이전에는 10억 원에 팔았지만, 이제는 9억 원밖에 받을 수 없으므로 장기적으로 집의 공급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일정 기간 동안 멸실된 집의 수보다 새로 지어지는 집의 수가 더 적기 때문에 수요에 변화가 없더라도 집값은 올라간다. 결국 집값 상승을 막으려는 종부세 강화는 집값을 올리는 결과를 낳는다. 그런데 자유롭고 수준 높은 토론은 이런 문제를 효과적으로 걸러낼 수 있다.

최저 임금 인상이나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하는 정책, 연금 문제 등도 건전한 토론을 통해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 당국자들이 자신들의 의견만을 고집하지 말고 여러 사람들의 지식과 경험을 폭넓게 듣고 토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토론이 자유롭지 않으면 '참'이 억압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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