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시론] 銀産분리, 혁명적 발상전환 해야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08/2018082902102269640001[1].jpg "[시론] 銀産분리, 혁명적 발상전환 해야한다")
2017년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면서 금융산업의 메기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메기역할은커녕 적자를 내면서 이대로 가면 존속도 위험할 지경이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강력한 은산분리규제로 자본금 확충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은행은 자기자본/위험가중자산(대출)의 비율을 일정 이상 유지해야 하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자기자본이 늘지 않는데 대출을 늘릴 수 없다. 케이뱅크는 증자도 실패했다. 엄격한 은산분리 규제로 증자에 참여할 기업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대통령은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 1호 법안으로 은산분리를 꺼내들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5개 법안에 대한 법안심사소위가 진행중이다. 그러나 디테일을 들여다 보면 과연 은산분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비금융주력자, 즉 산업자본의 1대주주가능성과 지분보유비율 문제 및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의 진출문제다. 현재 산업자본의 1대 주주는 허용하되 지분율을 25~34%까지만 허용하고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 중에는 ICT 자산비중이 50%를 넘는 곳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주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너무 엄격한 제한이다.
미국 일본의 경우에도 산업자본의 은행소유제한이 있지만 감독당국의 승인만 있으면 100%까지도 허용하고 있다. ICT기업으로 제한하는 경우도 없다. 일본의 라쿠텐뱅크는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이 100%, 소니뱅크는 소니파이낸셜홀딩스가 100%, 세븐뱅크는 유통업체 세븐일레븐이 38%, 재팬네트워크뱅크는 야후가 4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도 위뱅크는 텐센트가 30%, 마이뱅크는 알라바바그룹의 금융지주회사 앤트파이낸셜이 30%, 시왕은행은 신시왕그룹이 3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전자상거래 유통 등 모기업을 바탕으로 해야 기반을 잡고 성장해 갈 수 있는 점을 고려한 때문이다.
둘째, 대기업대출은 금지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대출만 허용하고 주택담보대출도 금지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대기업대출은 대출한도 제한 등 거래규제로 막을 수 있는데 굳이 법에 금지를 명시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대출만 허용한다는 것은 은행 영업행위에 대한 과도한 규제다. 주택담보대출은 상대적으로 저위험대출로 은행대출의 40%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요 수익원인 점을 고려해 볼 때 시중은행과 대등한 경쟁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불공평한 규제다.
셋째, 법인이 은행지분 10% 이상을 보유하려면 지난 5년 간 법령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일이 없어야 한다는 은행법시행령이 새로운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케이티는 2008년, 카카오와 9월 합병을 앞두고 있는 카카오엠은 2014년 각각 담합행위로 2016년 대법원에서 벌금형이 확정된 적이 있다. 확정일 기준일을 적용하는 경우 케이티와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어 인터넷전문은행 발전을 위해 대기업 산업자본에 길을 터주려는 은산분리규제 완화가 실효성이 없어지고 오히려 한국진출을 노리는 중국 일본 미국의 인터넷전문은행에 한국시장을 내어주는 결과만 가져올 가능성도 크다. 대개 위법행위 후 대법원 확정판결까지는 수년이 걸리므로 위법행위 기준일을 적용해 규제혁신의 실효성을 높이는 적극적인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은산분리에서 나아가 금산분리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앤트파이낸셜은 산하에 은행 증권 보험 카드 결제 등을 망라해 세계적인 핀테크기업으로 성장해 시가총액이 삼성전자의 두 배에 달하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금산융합 모바일금융의 발전으로 금융소외계층이던 농어민 영세상인 2억여 명에게 중금리대출을 제공하는 포용금융을 파격적으로 확대하며 빈곤을 타파하고 있다. 한국도 전향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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