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준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포럼] 자율주행 위한 선제적 교통체계 준비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807/2018072602102369607001[1].jpg "[포럼] 자율주행 위한 선제적 교통체계 준비해야")
고속도로나 국도 등 대표적인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릴 때 운전자들이 가장 주의해야 하는 표지는 바로 제한속도일 것이다. 교차로가 없는 연속류 도로체계에서 적용되는 가장 큰 주행 규제 중 하나로, 그 이상의 속도로 주행하지 말라는 의미로 주행 최고속도를 정한 것이다. 혹시나 그 이상으로 주행하게 되면 일부 지점이나 구간에 설치된 단속 카메라에 의해 촬영되고 위반고지서가 발급되어 위반 정도에 따른 벌금과 벌점이 부과된다. 제한속도는 도로의 종류에 따라 그리고 도로구간에 따라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고속도로의 경우 대부분은 시속 100km로 제한속도가 설정되어 있으나, 서해안고속도로나 중부고속도로 등 도로의 종단선형이나 횡단선형이 비교적 괜찮은 도로들은 시속 110km이다.
그런데 예전부터 이 제한속도 설정에 대해서는 많은 지적과 함께 개선의 목소리가 있어 왔다. 비가 많이 와서 물이 고여 있거나 눈이 와서 도로에 결빙현상이 있어도 제한속도는 그대로 유지된다. 서해대교나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터널 부근처럼 안개가 갑자기 발생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구간에서도 제한속도는 바뀌지 않는다.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판교-양재구간이나 외곽순환고속도로의 중동-송내 구간처럼 거의 종일 정체가 발생하는 구간에도 시속 100km의 제한속도는 그대로다.
물론 도로의 확장공사나 포장공사, 선형개량공사시 해당구간에서 임시로 제한속도를 떨어뜨려 적용하는 사례(예를 들어 100km/h -> 80km/h)는 고속도로나 국도 등 일부구간에서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차량들이 공사구간에 진입하기 전 속도를 점진적으로 줄이도록 유도하여 해당구간에서 급속한 감속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위 충격파(Shockwave)를 완화시키기 위함이다. 차량들의 속도는 낮아지지만 오히려 교통류 흐름을 원활하게 유지할 수 있어 혼잡에 따른 여파도 줄고 추돌사고 위험성도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스웨덴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국가들과 텍사스 주를 비롯한 미국의 여러 주들, 그리고 호주 및 뉴질랜드에서는 가변속도제어를 확대 시행하고 있는 추세다. 연속류 도로에서 발생하는 충격파를 가장 효과적으로 줄이면서 교통류 흐름을 향상시키는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수년 전 서해안고속도로의 서해대교구간에서 안개로 인해 발생한 수십중 추돌사고를 떠올리면 연속류 도로에 가변속도제어를 아직도 도입하지 않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 도로교통법 등 관련법이나 시행령에서 이를 적용하는 데 따른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도로 상에 가변적으로 변화되는 속도의 숫자를 LED 혹은 다른 방법으로 표시하는 기술이나 가변속도제어시스템에 대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 시스템을 설치하여 운영할 경우 정말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과 혹은 국민들이 오히려 불편하다는 민원을 제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그 원인이 아닐까 싶다.
자율주행차의 보급이 확산되는 2020년 이후에는 자율주행의 2단계 3단계 기능을 갖춘 자율주행차와 기능이 없는 일반차가 도로에서 혼재되어 주행할 것이다. 그 상황에서 선두차량의 급속한 감속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전과 다른 형태의 충격파는 어쩌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따라서 도로 운영관리를 담당하는 기관은 도로구간별로 속도와 밀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충격파 발생의 원인이 예측되면 곧바로 가변속도제어를 통해 자율주행차량이 혼재된 교통류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적극적인 도로 운영관리의 해법을 자율주행차가 보급되기 전 지금부터 시행해야 운전자들이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으로 사회적인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율주행시대를 대비해서 도로에서 준비할 것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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