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광장`의 작가 최인훈 타계… 한국문학 거목 쓰러지다

4개월전 대장암 진단 받고 투병
분단문제 통해 문학 새지평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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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광장`의 작가 최인훈 타계… 한국문학 거목 쓰러지다
한국문학의 거장(巨匠) 최인훈 작가(사진)가 23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4세.

4개월 전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이날 오전 10시46분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했다.

1936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최인훈 작가는 1959년 24세 군인 신분으로 소설가로 데뷔했다. 1959년 '자유문학'에 단편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傳)'을 투고, 안수길(1911~1977)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최인훈 작가는 목포고를 졸업하고 1952년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분단 한국의 현실을 고민하다, 마지막 학기 등록을 포기했다.

1957년 육군에 입대해 6년간 통역 장교로 복무했다.

최 작가는 남북 분단 문제를 통해 1960년대 문학의 새 지평을 연 소설 '광장'(1960)을 비롯, '회색인'(1963) '서유기'(1966) '화두'(1994) 등을 발표했다. 그는 다채로운 형식의 소설과 희곡, 평론, 에세이들을 발표하며 한국 현대문학의 테두리를 확장했다. 그의 문학 세계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낡지 않은 문제의식과 세련된 양식의 전범으로 평가받는다.

1966년 제11회 동인문학상, 1977년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희곡상, 1994년 제6회 이산문학상, 서울시문학상, 한국일보 희곡상, 문화훈장 대통령장, 2011년 제1회 박경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문학계는 그를 "근대성에 대한 관심,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 새로운 형식의 탐구를 바탕으로 '신이 죽은 시대, 신화가 사라진 시대에 신비주의와 소재주의에 빠지지 않고 자기의 방법론으로 개발한 내면성 탐구의 절정에 선 작가', '문학작품을 썼다기보다 차라리 '문학을 살았다'라는 표현에 적실한 작가"로 평한다.

그의 소설 '광장'은 한국문학에 큰 족적을 남겼다. 4·19 이후 1960년대 벽두에 발표한 이 소설은 당대 지식인, 독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줬고,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꾸준히 읽히며 후배 문인과 젊은 독자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끼쳤다. 해방-전쟁-분단으로 이어지는 한국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하는 주인공 이명준의 깊은 갈망과 고뇌를 그리며 남북 간 이념-체제에 대한 냉철하고도 치열한 성찰의 깊이를 드러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이항대립을 극복하려는 한 개인의 역정은 반세기가 넘도록 여전한 분단 현실에서 여전히 유효한 문제의식을 던진다.

최 작가는 1977년부터 2001년까지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를 지냈다. 은퇴한 뒤에는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은둔한 문인으로 살았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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