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칼럼] 병원 개인건강기록을 활용하자

[메디컬 칼럼] 병원 개인건강기록을 활용하자
    입력: 2018-07-12 18:00
강병익 건양대 의료IT공학과 교수
[메디컬 칼럼] 병원 개인건강기록을 활용하자
강병익 건양대 의료IT공학과 교수

최근에 가족이 입원하여 한 달 정도 병실에 출입하면서 의료현장을 가까이서 목격할 수 있었다. 낙상으로 고관절이 골절된 장모님은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후 인공관절 치환수술을 받았다. 주치의는 매일 아침 회진을 돌며 환자의 경과를 살피고 필요한 처방을 내린다. 간호사들이 수시로 혈압과 체온, 산소포화도를 측정하여 기록하고 음식과 물을 얼마나 먹었는지 소변과 대변은 몇 번 보았고 그 양은 얼마인지도 매일 체크한다. 혈액검사와 소변 검사를 여러 차례 했으며 엑스레이와 CT를 여러 번 촬영했다. 처방된 주사와 약도 여러 가지였다.

환자와 가족은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하다. 수술이 잘 되었는지, 회복은 잘 되고 있는 건지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환자의 입장에서 가장 아쉽고 불편한 점은 의료영상과 검사기록, 처방기록, 측정된 체온과 혈압의 변화 등 많은 데이터들을 보고 싶을 때 보지 못하는 점, 그리고 처방된 주사와 약이 무엇인지, 왜 그런 처방이 나왔는지 세세히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와 가족들에게 얘기해 주지만 설명을 들어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금방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면서부터 생성되는 수없이 많은 의료정보는 당연히 환자의 소유이다. 하지만 I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는 나의 의료정보를 활용하기 어렵다. 내가 언제 어느 병원에서 어떤 처방을 받았는지 검사 결과와 의료영상을 보고 싶어도 병원에 찾아가서 요청하기 전에는 볼 수 없다.

의료정보는 민감한 개인정보다. 우리나라에서는 병원의 의무기록이 병원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개인의 의료정보 접근성이 낮다. 지금의 법으로는 개인 의료정보는 개인만이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의료정보를 보다 더 쉽게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건강을 관리하고 예방할 수 있다.

최근 여러 병원에서 자기 병원의 개인건강기록(Personal Health Record, PHR)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내 손안의 차트', 분당서울대병원의 '헬스포유'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많은 병원에서 PHR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병원별 PHR 서비스는 반쪽짜리 서비스가 될 수밖에 없다. 모든 병원에서 PHR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해당 병원의 정보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내가 여러 병원을 다녔다면 병원마다 제공하는 PHR을 모두 찾아서 사용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2010년부터 블루버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블루버튼 사이트에서 웹이나 앱으로 자신의 모든 진료기록을 확인할 수 있고 의료기관에 전송할 수도 있다. 우리도 궁극적으로는 블루버튼과 같은 통합 PHR 서비스가 필요하다. 내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어떤 병으로 어느 병원에서 어떤 처방을 받았는지, 종합검진 결과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한 번에 확인하고 이를 활용해 서비스를 받는 시대가 빨리 와야 한다. 유전자검사가 허용됨으로써 민간 유전자 검사업체를 통해 유전적 질환 가능성을 확인하듯이 통합 PHR을 통해 개인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기업들이 생길 것이다.

인공지능이나 로봇 같은 첨단 기술이 아니어도 의료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이 있다. 혈압과 체온 등의 생체신호는 향후 정확도가 향상된 웨어러블 기기로 대체하여 24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의 경과나 의료영상, 혈액 검사 등의 데이터, 복용하는 약에 대한 자료와 설명도 태블릿 등을 통해 환자와 가족들이 항상 볼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환자의 눈높이에서 개선할 수 있는 많은 불편함을 찾아보고 개선하는 것이 의료 서비스 향상의 지름길이다. 앞으로 통합 PHR 서비스의 도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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