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160억 달러 추가 관세 예고
EU도 철강제품 세이프가드 도입
자동차·반도체 등 충격파 불가피
EU도 철강제품 세이프가드 도입
자동차·반도체 등 충격파 불가피
글로벌 무역전쟁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이미 철강은 직격탄을 맞았고, 자동차와 반도체 등에도 조만간 충격이 가해질 전망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업종이 모두 무역전쟁의 회오리에 말려들면서 경제와 일자리에 심각한 위기가 올 것이라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지난 6일(현지시간) 각각 340억 달러 규모의 상대 국가의 수입품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유럽연합(EU)도 같은 날 수입되는 철강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잠정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EU 집행위는 이달 중에 공식적으로 철강 세이프가드 잠정 도입을 채택한 뒤 이를 곧바로 발동할 방침이다. EU는 최근 몇 년간 수입량을 반영해 쿼터량을 결정하고, 쿼터량을 초과하는 제품에 대해선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최근 수출을 늘려온 우리나라의 쿼터량이 많이 줄 것으로 분석된다. 집행위는 또 수입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서도 필요한 조치를 위해 감시 시스템을 가동했다. 터키 등도 지난달부터 철강 세이프가드 적용을 검토 중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철강 수출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EU로의 수출은 1월 29만5756톤(비중 11.1%), 2월 31만2516톤(12.2%), 3월 32만7589톤(12.4%), 4월 34만2603톤(12.9%), 5월 32만7010톤(12.2%) 등으로 완만하지만 증가세를 보여왔다. 우리나라는 또 터키에서도 작년 기준 전체 철강 수입 77억8475만 달러 가운데 10% 이상인 8억7968만 달러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피해가 예상된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어 피해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의 경우 2주 안에 추가로 160억 달러 규모의 제품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보복관세에 무려 5000억 달러 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했고, 중국 역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7일 동유럽 정상회의에서 수입산 제품의 관세를 내리겠다면서 우군을 확보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경기의 침체 가능성이 높아져 우려를 더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경우 한국은 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총수출 5737억 달러 가운데 중국 수출은 1421억달러로 대중 의존도가 24.8%에 이른다.
또 다른 쓰나미가 조만간 밀려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수입자동차와 부품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고, 오는 9월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이 있을 경우 외국산 제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중국의 경우 최근 현지 법원이 미국 마이크론의 메모리 반도체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판결을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미국 반도체를 겨냥한 이 같은 비관세 압박이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한 것인 만큼 조만간 우리 반도체 업체에도 직·간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도 이날 미국의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부과에 대한 대응으로 일부 미국산 제품에 대해 25~40%의 보복 관세를 도입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이날 미국에서 수입되는 건설·도로 장비, 석유·가스 설비 등에 대해 보복 관세 부과를 지시하는 정부령에 서명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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