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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디지털 혁신 새 사회질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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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위원
[디지털산책] 디지털 혁신 새 사회질서 만든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위원

인간은 욕구와 욕망의 동물이다.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부터 안전욕구, 소속감과 애정욕구, 존경욕구, 자아실현 욕구에 이르기까지 인간 욕구의 단계를 제시했다. 만족할 줄 모르는 인간의 욕구는 때로는 과도한 욕망이 돼 파멸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권력욕은 인간은 여러 가지 본능적 욕망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는 욕망을 실현할 수 있게 해주고, 사회적으로는 지배질서를 유지하는 강력한 힘이 바로 권력(power)이다. 사회적 갈등이나 정치현상은 대부분 권력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권력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하면, 권력은 독점되는 경향을 띤다. 독일의 정치사회학자 미헬스는 이를 '과두제의 철칙'이라는 이론으로 설명했다. 정당이나 노동조합 등은 사회혁명에 의해 창설됐지만, 이들 단체는 사회변혁을 추구하기 보다는 오히려 권력기반 구축에 급급해 소수 지도자들이 권력을 과점하는 과두제 형태가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실제 국가조직, 노동조합, 교회 등 거의 모든 조직은 소수에 의해 지배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현대사회의 모든 조직은 관료제적이고 권력은 최고 지도층 및 엘리트 집단에 집중되고 있는데, 이렇게 소수 엘리트가 다수 대중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은 지식, 정보와 통치기술의 독점 때문이다. 모든 지식과 정보는 권력자에게 집중되기 마련이다. 권력자가 능력이 뛰어나서 정보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독점으로 우월적인 힘을 갖는 것이다. 결국 무소불위의 권력의 비결은 독점에 있다. 정보사회에서는 지식이나 정보가 돈이 되고 강력한 힘을 갖는 사회다. 아는 것은 힘이고, 혼자 독점해서 아는 것은 권력이 될 수 있다. 국가권력에 있어서 정보기관은 중추적인 기능을 맡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정보를 통제하고 고급정보를 독점하는 일이다. 만약 권력이 골고루 분산되고 모두가 나누어 가지게 되면 그것은 더 이상 권력이라 할 수 없다.

현대 디지털사회의 사회현상을 관찰해보면 전통적인 권력현상이나 권력지형과는 다른 거대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사회의 모든 부분에서 일어나는 디지털화는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공장에 시제품 제작을 주문하지 않아도 앉아서 공장라인을 사용할 수 있는 이른바 메이커 시대다. 오픈소스, 메이커 문화 등 디지털 기반의 변화는 글로벌 트렌드다.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네트워크가 확산되면서 정보와 네트워크의 독점력은 점점 약화되고 있고, 대기업 및 엘리트 독점의 산업사회 구조도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디지털 사회에서는 소수 엘리트의 정보 독점이 가능하지 않다. 가령 네티즌 수사대는 사이버 협력과 집단지성 덕분에 숨겨진 팩트를 찾고 은폐된 진실을 밝혀내기도 한다. 과거에는 정보독점으로 인한 정보의 부족이 문제였지만 이제는 접속만 하면 온라인에서 엄청난 디지털 정보를 만날 수 있다.

정보 과잉이 오히려 문제가 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수천 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개인이 막강한 네트워크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권력연구 전문가 모이제스 나임은 현대 권력 현상을 분석하면서 '권력의 종말'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오늘날 권력은 완력에서 두뇌로,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서양에서 동양으로, 전통적인 거대 기업에서 민첩한 벤처기업으로, 완고한 독재자에서 소도시의 광장과 사이버 공간의 민중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권력이 이동하고 있다거나 권력자들 사이에서 권력이 분산되고 있는 현상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오늘날의 권력은 과거처럼 많은 것을 갖고 있지 않으며, 권력을 얻기는 전보다 수월해졌지만 권력을 잃는 것 또한 더 쉬워졌다고 그는 말한다.

권력현상은 사회질서 문제와 직결되며 디지털시대 변화의 동인은 다름 아닌 디지털화다. 디지털화는 3차 산업혁명이라 일컬어지는 정보화 혁명의 핵심이다. 작금의 4차 산업혁명 역시 디지털 기술이 사회전반에 적용돼 사회구조를 혁신하는 '디지털 전환'을 말한다. 3차 산업혁명과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화라는 관점에서는 연장선상에 있다. 기술이 고도로 발전된 오늘날 변화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과학기술이다. 특히 혁신적인 기술은 기술진보를 통해 산업구조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권력현상과 사회질서까지 변화시킨다.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기반 혁신기술이 주도하는 변화지만 기술변화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격변이 산업과 시장의 변화를 넘어 어떤 사회질서의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또한 디지털 기반의 사회질서는 어떤 권력현상을 야기하게 될지 등 근본적인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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