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000개 일자리 어디서 다시 찾겠나

[시론] 2000개 일자리 어디서 다시 찾겠나
    입력: 2018-06-24 18:00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2000개 일자리 어디서 다시 찾겠나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군산 GM 공장이 2018년 5월 31일로 폐쇄되면서, 결국 2000개의 좋은 일자리가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2018년 예산 429조 중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 182개 사업에 19.2조원을 지원한다. 일자리 마련에 세금을 쏟아 부으며 이렇게 사활을 거는 마당에, 군산공장폐쇄는 정말 막을 수 없었을까?

객관적 진단을 위해, 유럽 2위 자동차 생산국인 스페인의 한 지역 경우를 보자. 마드리드에서 북쪽으로 200㎞ 떨어진 바야돌리드 지역 역시 군산처럼 자동차 생산공장이 그 생명줄이었고 한때 폐쇄직전까지 가는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그들이 그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보면 우리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R&D 기능이 없는 자동차 생산 공장이 어떻게 지속생존 가능하게 되는가를 알 수 있다.

경영진의 오판, 스페인의 과도한 근로자 보호 정책, 금융 위기 등의 복합적 원인으로 인해, 한때 자동차 28만대를 생산했던 이 공장은 2006년부터 생산량이 8만~10만대로 급감, 폐쇄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자 2007년 근로자 2250명과 주민을 포함한 1만6000명이 시위에 참여했고, 결국 노조는 2009년 사측과 대화를 통해 '바야돌리드 대타협'이라 불리우는 스페인의 고용과 경쟁력을 위한 모범적 개혁 협정을 자체적으로 창조했다.

그 대타협의 내용을 보면, 우선 근로자는 공장 생존을 위해 2010년 임금을 동결하고 이후에도 임금을 물가 상승률의 절반만 올리기로 했다. 주말에도 평일 급여를 받고, 필요하면 다른 지역 공장에서 일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5년 동안 공장 혁신의 아이디어를 모아서 가동한 결과, 이 공장은 자동차 공장의 생산성을 측정하는 가장 권위있는 생산성 지표인 HPU(차 한 대당 투입되는 작업 시간)를 활용한 '하버 리포트' 2016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 148개 공장의 조사(현대.기아차 불참)에서 HPU 16.2시간으로 가장 짧은 기록을 세웠다. 자동차 공장의 지속적 가동 능력은 신차 배정인데, 이 공장은 2016년 르노 본사로부터 신차도 또 배정받았다.

그렇다면 한국 GM의 군산 공장은 과연 전혀 희망이 없었던 것인가? 한국 GM의 공장가동률은 2013년까지는 80%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GM의 서유럽 쉐보레 브랜드 철수('14년) 이후 수출물량 축소, 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 등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급증 등 안팎으로 여러 가지 어려운 사정을 겪었다. 결국 군산 GM공장은 2013년부터 가동률이 급락하며 '15년부터 30% 이하, 16년부터 20% 이하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과 군산시는 대기업이 설마 공장 폐쇄를 하겠냐고 버티었다.

하지만 아무리 사정이 힘들었어도 완전히 절망적이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이를테면, 하버 리포트에 따르면, GM 부평공장 HPU는 26.4시간, GM 창원 공장 HPU는 28.8시간이다. 르노 바야돌리드 HPU 보다 10시간 이상 더 소요되는 시간을 5시간 미만으로만 줄인다고 했더라도, 한국 GM 공장은 생존의 가능성은 그 만큼 더 높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스페인에서 보았던 '바야돌리드 노사 대타협'과 같은 세계 자동차 산업 역사에 이정표가 될 수 있는 '군산 노사 대타협'은 없었다.

군산 GM 공장과 같은 대기업 조립 라인은 짧은 직업훈련의 단순 기술 취득만으로 중산층을 양산하는 고임금 일자리이다. 이같은 조립라인 근로자는 높은 임금을 받지만, 조립에 필요한 한정된 단순 기술만을 보유하기 때문에 해고되면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구조적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GM같은 세계적 자동차 회사가 그런 단기 기술을 가진 군산공장에 굳이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럼 아쉬운 쪽이 누구겠는가?

재정지출을 통한 일자리 사업은 노동시장에서 민간 일자리에 스스로 취업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정부 일자리 정책 사업이 성공하려면, 우선적으로 군산GM의 경우처럼 시장경제에서 단순 기술 근로자가 장기적인 구조적 실업상태로 인해 취약계층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군산의 경우를 객관적으로 진단해 교훈을 얻지 못하면 현재 논의 중인 광주형 일자리 창출도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노동조합은 구시대적인 노사계급간 갈등에 집착하며 무조건 더 높은 임금과 처우만을 요구하기보다 기존의 일자리를 지키는데 성공한 국내외 사례를 조합원들에게 교육시키는데 앞장서야 한다. 노동조합이 이러한 노력에 최선을 기울여야,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및 소득 주도 성장도 성공할 수 있고, 국민들에게 노동조합의 위상도 강화될 것이다. 한방에 날아간 2000개의 좋은 일자리, 정말 너무 뼈아프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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