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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유럽 스타트업 요람 오스트리아 주목해야

이승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매니저 

입력: 2018-06-18 18:00
[2018년 06월 19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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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유럽 스타트업 요람 오스트리아 주목해야
이승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매니저
오스트리아 비엔나. 비엔나커피, 영화 '비포 선라이즈', 레드불이 떠오르는 도시다. 그러나 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오스트리아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또 있다. 핀란드 슬러시, 아일랜드 웹서밋과 함께 유럽 3대 스타트업 행사라고 불리는 파이오니어스 페스티벌이 그것이다. '콘퍼런스'가 아니라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멋진 축제에 다녀왔다.

파이오니어스는 지난달 24∼25일 이틀간 비엔나의 중심부에 위치한 호프부르크 왕궁에서 열렸다. 13세기 무렵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합스부르크 왕가의 왕궁이자 현재 오스트리아 연방 대통령의 관저다. 비유하자면 경복궁을 대통령이 사용하면서 경복궁 한편에서 스타트업 축제를 연 것이다. 행사 참석을 위해 왕궁 안으로 들어가면 좁은 복도와 고풍스러운 장식 사이로 신식 행사 장비를 세팅한 모습이 그 자체로 상징적이라 금세 압도당하고 만다.

궁금했다. 어쩌다 인구가 우리나라의 6분의 1 수준으로 많지도 않은, 면적도 작은 이 나라가 유럽 3대 스타트업 행사 중 하나를 개최하는 스타트업의 중심이 될 수 있었을까. 그런 궁금증에는 사실 유럽 거주 경험이 없는 한국인으로서 비엔나를 '예술로 유명한 아름다운 여행지'라고 넘겨짚었던 무지함이 한몫했다. 하지만 가서 직접 경험하고 만난 유럽 관계자들로부터 확인한 오스트리아 시장은 스타트업 지원 기관 종사자의 입장에서 흥미로운, 작지만 강한 나라였다.

오스트리아는 북쪽과 서쪽으로 독일과 스위스, 동쪽과 남쪽으로는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보스니아, 세르비아 등 동유럽 국가를 접해 있는 유럽 중심에 위치해 있다. 공용어는 독일어지만 비영어권 국가 중 영어를 제일 잘한다고 알려진 만큼 영어 사용이 원활하다. 교통과 언어만 해도 좋은 조건을 타고났는데 그 덕분에 동유럽의 괜찮은 기술 인력이 유입되기 쉬운 환경이라고 한다. 1인당 4만8000달러에 달하는 높은 국민 소득을 자랑하는 부국임에도 상대적으로 생활 물가가 저렴한 것도 스타트업 하기 좋은 조건이다.

접근성이 좋으니 파이오니어스에 참가한 스타트업들의 출신 국가도 다양하다. 영국과 독일은 물론 이탈리아, 루마니아, 스페인 등 유럽 각지에서 스타트업이 모인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의 사업 분야가 상상 이상으로 다양하다는 점이었다. 정말이지 '농업 기술의 혁신'을 꾀하는 농업 스타트업이 있는가 하면, 우리보다 공기도 훨씬 좋으면서 공기 오염 저감을 시도하는 다양한 스타트업들도 눈에 띄었다. 금연을 위한 스타트업, 항암 치료받는 암 환자들이나 병원을 두려워하는 어린이를 위한 서비스도 있었다.

다만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 익숙한 종류의 벤처캐피털(VC)은 적다는 것은 놀라웠다. 오스트리아 엔젤투자협회의 회원은 200여 명인데, 그다음 단계에 투자하는 VC는 6개라는 것. 워낙 정부에 돈이 많고, 적극적으로 초기 스타트업 육성 자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웬만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으며 더 큰돈이 필요하면 영국·독일·스위스 등에서 투자받기 때문이다. 한편 자산운용 형식의, 돈 많은 개인이 유망한 스타트업에 지분을 받고 투자하는 프라이빗 VC는 20여 개 수준이다. 많은 개인 자본가들이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블록체인, 어그리텍(농업 기술) 등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고 있다.

그러니 유럽시장 진출을 꿈꾸는 국내 스타트업이라면 오스트리아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도 좋다. 특히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나 농업 혁신을 꿈꾸는 스타트업, 비엔나라는 도시에 어울리는 음악 관련 스타트업에는 더욱 많은 기회가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도 2014년부터 비엔나비즈니스에이전시와 함께 매년 상반기 스타트업을 선발해 유럽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 선발된 팀은 두 달간 비엔나에 체류하며 현지에서 제공하는 각종 워크숍 참가는 물론, 파이오니어스에서 유럽 각국 스타트업 관계자들 앞에서 피칭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 흥미로운 유럽 시장에, 더 많은 국내 스타트업이 진출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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