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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정은식 개방정책 모델의 정체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18-06-14 18:00
[2018년 06월 15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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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정은식 개방정책 모델의 정체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세기의 정상회담이라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6·12 북미정상회담은 세계 이목이 집중된 것만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끝났다. 지난 남북정상 간의 4·27 판문점선언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더 진전된 것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외치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핵폐기(CVID)는 빠지고 '완전한 비핵화'만이 약속됐다. 자칭 '협상의 달인'이라며 현란한 수사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이 부족했다'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우리의 격언이 여실히 들어맞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세계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것을 폄훼하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을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안보를 보장할 대안을 제시했을 것이다. 두 정상이 후속 회담을 예고한 것으로 보아 첫 회담에서는 상호간의 신뢰 확인과 포괄적 수준에서 합의할 것으로 사전에 협의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핵무장은 실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참사를 일으킬 수도 있으며 한반도와 그 주변에 발생할 수 있는 참극을 생각하면 두 정상 간의 만남만으로도 극적인 대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번 협상안을 어긴 북한에 대해 트럼프식 일괄타결이 가장 바람직한 비핵화 방책인 것만은 틀림없으나 국가 간의 협상에서 그렇게 일방적으로 요구를 관철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인정했듯이 완전한 핵 폐기까지 과학적으로 시간이 필요함으로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동시적 폐기안을 어느 정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판문점선언이 비핵화 협상과정의 문을 열었다면 북미정상회담은 이제 첫걸음을 띠게 된 것이다. 앞으로 핵 폐기의 단계별 범위와 시기, 검증 문제 등과 이에 따른 체제 보장의 내용과 경제협력의 수준 등 멀고도 험난한 과정이 놓여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악마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김정은 위원장이 갖고 있다. 앞으로 대내외적으로 당면할 산적한 과제를 극복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와 경제발전을 통한 '정상국가'로의 발 돋음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의 정상회담 등을 통한 행동을 보면 선대 지도자들과는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김정은 위원장의 태도 변화에는 스위스 유학생활을 통한 정상국가에 대한 경험, 국제적 제제 압력 속에서 앞으로도 수십 년을 통치해야 할 미래에 대한 현실 감각, 지난 6년여 동안의 통치에 대한 자신감 등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추구하는 정상국가는 일반적 의미와는 다를 것이다. 백두혈통의 정통성과 권력을 유지하면서 제한적인 개혁개방에 나설 것이 틀림없다. 따라서 적어도 초기에는 고르바초프식 정치적 민주화와 사회주의 시장경제화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공산당 독재를 유지하는 중국식 개혁개방 또는 베트남의 쇄신정책(도이모이)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나 이것도 참조 대상일 뿐이다. 이들 공산당독재는 집단지도체제로서 정권교체가 인습적으로 제도화돼 있어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의 3대 세습체제와는 다르다.

비핵화 이후 북한이 당면할 정치적 압력은 경제발전을 추진해야할 압력 못지않을 것이다. 일단 경제협력을 통한 경제발전을 도모해야함으로 어느 정도의 자유화는 허용해야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반대 세력이 등장하여 북한 내부의 리더십 분열이 일어날 것이며 결국 정권에 대한 도전이 뒤따를 것이다. 북한판 고르바초프가 되지 않으려면 권위주의 종신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등의 중앙아시아 모델을 따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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