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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4차 산업혁명시대 인재상

정관영 법률사무소 데이터로 대표 변호사 

입력: 2018-06-12 18:00
[2018년 06월 13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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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4차 산업혁명시대 인재상
정관영 법률사무소 데이터로 대표 변호사

영웅들의 이야기는 항상 뜨거운 열정을 솟구쳐 오르게 한다. 그 열정은 환희일 수도 있고 비탄일수도 있지만 언제나 마음속에 깊은 공명을 일으키게 한다는 점에서 같다. 인류 역사 속 수많은 영웅들 중에서도 한니발과 스키피오의 이야기는 특히 두드러진다.

한니발 바르카는 기원전 247년 지중해 서부의 강대국이었던 카르타고(지금의 튀니지)에서 태어나 뛰어난 군사 전략가인 아버지 하밀카르 밑에서 성장하였다. 25세에 카르타고군의 지휘관으로 등극한 한니발은, 기원전 218년 로마의 동맹 국가인 사군툼을 포위하면서 제2차 포에니 전쟁(로마-카르타고 전쟁, 기원전 218~201)을 일으킨다. 이 전쟁의 백미는 역시 한니발이 신카르타고(지금의 스페인 카르타헤나)에서 출발해 피레네 산맥과 알프스 산맥을 넘는 대장정을 거쳐 이탈리아에 도착하는 장면이다. 당시 로마는 카르타고가 자신들을 공격해오려면 로마가 지배하는 항구 중 하나를 통과할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고, 신카르타고에서 이탈리아까지의 육로는 너무 험하여 카르타고군의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 생각했기에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다시피 한니발은 로마인들의 심리적 허점을 찔러 4~5만 명의 대군과 37마리의 코끼리를 데리고 알프스 산맥을 넘었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로마 앞마당에서의 여러 전투들을 승리로 이끈다.

그러나 한니발의 연전연승에도 불구하고 카르타고가 로마를 직접 공략하지는 못하고 있는 가운데 로마도 차차 한니발에 맞설 방법을 터득하면서 전쟁은 길어진다. 기원전 235년에 태어나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은 푸블리우스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는 한니발이 이탈리아로 쳐들어온 기원전 218년에 17세였다. 로마는 기원전 216년 칸나에에서 대패(한니발에 의해 5만여 명이 몰살)한 뒤 없는 병력을 쥐어짜 여러 해 동안 이베리아 원정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스키피오가 전면에 등장한 건 이때부터다. 어느 누구도 이베리아 반도의 총독으로 파견되어 가는 것을 마다하는 가운데 스키피오가 입후보하여 만장일치로 총독에 선출된 것이다. 이후 스키피오는 이베리아 반도를 정복하는데 성공하고, 지원군을 받지 못해 궁지에 몰린 한니발을 북아프리카로 퇴각시킨다. 제2차 포에니 전쟁의 전세가 로마 쪽으로 기운 가운데 기원전 202년 카르타고 남서쪽에서 벌어진 자마 전투는 로마에 승전을, 카르타고에 패전을 결착시킨다.

한니발과 스키피오, 두 사람은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영웅들이다. 하지만 위대한 영웅들이 대개 그랬듯 두 사람의 끝 역시 비참했다. 한니발은 자마 전투에서 패한 뒤 카르타고의 내정에 뛰어들었으나, 많은 정적(政敵)들에 의해 카르타고를 떠나 기원전 195년 시리아 제국의 왕 안티오쿠스 3세에게 몸을 의탁한다. 그러나 훗날 로마가 안티오쿠스와 화친을 맺는 조건으로 한니발을 넘겨달라고 요청하자 이를 미리 눈치 챈 한니발은 시리아에서 도망치게 되고, 로마군에게 잡힐 위기에 처하자 독을 먹고 자결한다. 스키피오는 자마 전투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이지만 기원전 184년 로마의 의원 카토의 음모로 원로원에서 물러나게 되고, 이듬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는 "배은망덕한 조국이여, 그대는 나의 뼈를 갖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며 가족묘지에 묻히기를 거부하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두 사람의 말로를 보면 인생의 흥망성쇠가 덧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끝이 비참하다고 하여 그들의 삶을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을까? 사실 후대가 열광하는 건 그들이 이룬 업적 때문이라기보다 그들이 만들어낸 '이야기' 때문이다. 2000여 년 전의 일이 우리에게 끼친 결과물과 인과관계를 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들이 남기고 간 스토리는 오늘날 여전히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와 감동을 준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산업화는 빨리빨리 결과물을 내도록 몰아가는 문화 속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영웅들의 이야기에서 보듯 길이길이 남는 것은 '이야기'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맞이해, 오늘날 우리가 바라는 인재상은 자기만의 이야기를 낳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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