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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오늘 한 표가 미래를 바꾼다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입력: 2018-06-12 18:00
[2018년 06월 13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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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오늘 한 표가 미래를 바꾼다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개와 고양이를 구별하는 것은 인간이면 서너살 아이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보다 수백 수천 배의 계산능력을 가진 컴퓨터는 그 구별을 잘 하지 못한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영상처리와 인공지능 분야의 연구자들이 이 문제를 풀고자 달려들었다. 그 결과 그들은 나름대로의 컴퓨터 알고리즘을 개발하는데 성공했고, 이제 그 수준은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정확도 면에서 90%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대개 정확도에만 있지, 그 정도 높은 정확도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실험에 의하면, 개와 고양이 사진 각각 1000개를 가지고 학습을 시켜 얻은 정확도는 60%를 채 넘지 못했다. 표본수를 증가시켜 개와 고양이 사진을 각각 1만2500개로 늘리고, 여기에 고성능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적용한 결과 얻은 정확도가 94%였다. 이렇다면 정확도를 99% 이상으로 올리려면, 짐작컨대 개와 고양이 사진이 각각 수십만 장 이상 필요할 것이다.

오늘은 선거일이다. 시도지사, 구시군의 장, 시도의회 의원, 구시군의회 의원, 광역의원 비례대표, 기초의원 비례대표, 교육감, 교육의원 및 보궐국회의원을 뽑는 날이다. 사실 뽑아야 할 자리와 출마자가 너무 많아서 투표를 해야 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솔직히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그들을 만나 본 적도 없고, 직접 얘기를 들어 본 적도 없다. 그들에 관한 정보라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내준 선거공보가 전부다. 그런데 바쁘고 피곤한 삶을 하루하루 살아가는 소시민의 입장에서 한 다발이나 되는 그 공허한 선거공보를 한번 읽어 보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어느 당 소속인지, 그 당의 정치색이 좌편향인지 우편향인지로 단순화해 평가하려는 동기가 작동된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치루는 보통선거가 갖는 정치 사회 경제적 중차대성에도 불구하고, 그 권리행사는 사진만 보고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피상적 선거로 몰리고 있는 느낌이다. 민주시민으로서의 권리, 피부로 느끼는 바닥 경기, 하루하루 영위하는 삶의 질, 그리고 교육제도를 통해 투영되는 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 이런 것들이 그 선택의 근거가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개나 고양이를 직접 만져볼 수 없는 인공지능이 90%를 넘는 정확도를 달성하기 위해 매우 큰 학습비용을 부담하듯,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엄청난 규모의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예술성과 선악은 디테일에서 나온다'는 얘기가 있다. 예술적으로 걸작과 졸작의 차이가 마지막 마감과 터치에서 나오듯, 선악의 차이는 거대담론보다는 정치행위의 투명성, 국민의 알권리, 그리고 진정한 대의민주주의의 실천과 같은 행위프로세스에서 나온다. 비핵화를 둘러싼 국제정세 변화와 북미정상회담,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주도성장과 같은 경제성장 패러다임, 좌우간 대립적인 역사관 등의 거대담론은 오히려 우리의 눈과 귀를 멀게 한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시선이 숲에 가 있으면, 나무는 보이지 않는 법이다.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기계가 인간을 대신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지금.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인터넷은 장차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정보 비대칭성을 없애고 이를 통해 산업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다. 이에 반해, 정치, 경제, 교육 분야의 지배계층과 소비계층을 투명하게 연결하여 정보의 비대칭성을 없앰으로써 정치의 선진화와 올바른 정치인의 등용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는 노력은 잘 보이지 않고 있다.

각종 정치경제사회 지표를 모니터링해 이를 실시간으로 상황판에 게시하는 것은 지금 당장이라도 실행 가능하다. 더 나아가 과학적인 인공지능 해석기를 달아 그 전후 상황과 이유를 설명해 주는 기능을 갖추는 것 역시 기술적으로 아무런 제약이 없다. 이러한 시스템이 갖추어지면, 대다수의 국민이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올바르게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제도의 미비, 인식의 부족, 개선의지의 결여가 우리사회의 후진성을 악화시키기 전에 오늘 만이라도 선거공보물을 제대로 읽고 우리의 미래를 내가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결기로 투표에 나서 주시기를 권유한다. 오늘 행사하는 나의 한 표가 세상을 바꿀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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