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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업지배구조, 경쟁력 강화에 초점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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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기업지배구조, 경쟁력 강화에 초점 맞춰야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달 21일, 현대자동차 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상정하려던 5월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취소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삼성물산 합병에서 반대 의견을 내어 큰 이득을 챙기려다 실패한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과 외국계 펀드에 반대의견을 권고했던 ISS가 이번에도 현대차 그룹의 개편안에 반대하는 주도 세력으로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ISS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의결권 자문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글라스 루이스와, 국민연금과 자문계약을 체결한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도 반대 의견을 냈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외국인 투자와 국민연금 비중이 각각 47.95%, 9.8%이므로 임시 주총에서 지배구조 개편안 통과는 불가능하다.

자유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에서 한국 기업재배구조연구원 및 외국계 의결 자문기구는 자신들의 평가 모형에 의거해 기업지배구조에 관련하여 얼마든지 반대의 의견을 낼 자유가 있다. 또한 국내 및 외국계 투자 기관들은 이러한 의결권 자문기구의 결정을 참고함으로써 의사결정 과정의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지배구조연구원이나 외국계 의결자문기구들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결정은 과연 언제나 옳은 것일까?

지배구조에 대한 학계의 연구 결과나 국제기구의 권고를 보면, 좋은 지배구조는 시장의 신뢰와 기업의 투명성을 창출하는 수단이므로, 장기 투자를 위해 자본시장을 이용하는 기업들에게 필수적인 요소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단 하나의 기업지배 구조만이 옳다는 얘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를 결정하는 공정거래법의 지주회사제도에는 단 하나의 정답만 제시돼 있다. 그로 인해, 시장경제에 참여하는 주체들에게 참고 의견을 내는 외국계 및 국내 의결권 자문기구들이 유독 한국의 대기업 기업지배구조 개편에서는 절대적 권력자, 즉 슈퍼 갑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를테면 현대차 그룹, 삼성물산 등의 한국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에서 외국계 및 국내 의결권 자문기구가 내놓는 의견은 절대적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삼성물산 합병이 국내 투자가들의 지지로 간신히 통과되었지만, 이와 관련된 이슈는 아직도 지속 중이다.

사실 지배구조개편에 정답이 없다는 것은 그간 이를 둘러싼 공정거래법 개정의 역사를 봐도 명확하다. 한국의 최초 공정거래법(1980.12월)에서 지주회사의 설립 전환은 기업의 자유였지만, 1986년 공정거래법 1차 개정에서는 경제력집중 억제하기 위해 지주회사의 설립 전환이 금지됐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자, 외자유치와 기업 구조조정 편의를 위해 국제기관들이 이 제도를 다시 들여올 것을 권고했고, 무엇보다 일본이 1997년 지주회사제도 도입하자 우리정부도 1999년 2월 공정거래법 11차 개정에서 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하게 된다.

지주회사제도를 두고 이렇게 금지와 허용이 오간 것은 그 제도에 장, 단점이 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주회사→자회사'의 단순한 수직적 출자관계로 인해, 자회사 간 순환출자가 해소되어 기업지배구조 투명성도 확보 되고, 금융기관 및 소액주주의 경영감시도 용이해지는 것은 장점이다. 반면, 지주회사 제도를 이용해 경제력 집중을 더 강화시킬 수 있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장점을 강화시키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자회사의 출자 지분을 일정수준 이상 보유하게 하고,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자회사, 손자회사, 증손자회사에 대한 소유지분 규제를 강화하게 된다.

하지만 이후 우리 정부는 공정거래법에서, 기존에 금지한 바 있던 지주회사 전환을 이제는 선진화된 기업지배구조라고 못박고, 지주회사 체제의 대기업 집단을 출총제로부터 제외시켜 주는 인센티브까지 제공해가며 일정기간 내에 모두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대기업들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거액의 자금을 투입해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다.

학계 및 국제기구도 기업지배구조의 다양한 모형을 제시하는게 합리적이라 하고, 특히 한국 입법이 가장 많이 참고하는 일본에서는 3~5개 기업지배구조에서 대기업이 선택하게 하고 있다. 다양한 기업지배구조의 선택권 제공은 대기업 봐주기가 아니고, 글로벌 지식 수준에 맞고 국제기구 권고와도 부합 되는 것이다. 대기업의 기업지배구조 개편에 단 하나의 정답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법 개정을 통해 각 기업이 상황에 맞는 기업지배구조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줘야 마땅하다.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있지만 한국의 경제성장이 그 기회를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기업지배구조 개편으로 거액의 자금을 지출하게 하기보다, 미래 생존을 위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투자 환경에 더 집중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것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및 일자리 창출의 핵심정책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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