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654) 라돈과 토론의 유해성

[이덕환의 과학세상] (654) 라돈과 토론의 유해성
    입력: 2018-05-29 18:00
원안위·언론들이 소비자 불안 부추겨
라돈 흡입만으로 누구나 폐암 안걸려
[이덕환의 과학세상] (654) 라돈과 토론의 유해성

방사성 모나자이트를 넣은 침대가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폐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 쏟아져 나온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천연 방사성 물질을 관리해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소비자를 안심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버렸다. 언론도 엉뚱한 '기준치'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들먹이면서 소비자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뒤늦게 폐암 역학조사를 요구하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믿을 것은 아니다.

희토류 광물인 모나자이트에서 방사성 라돈(Rn)이 방출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모나자이트에 들어있는 불순물인 토륨과 우라늄이 더 이상 붕괴가 일어나지 않는 납으로 붕괴 되는 과정에서 방출되는 알파선(헬륨 양이온)·베타선(전자)·감마선(전자기파)이 모두 인체에 피해를 준다. 라돈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제조사들이 소비자를 속이기 위해 사용하던 정체불명의 검출기는 음이온 검출기가 아니라 방사선 검출기였던 셈이다. 이제라도 방사성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제품은 모두 폐기해야 한다. 국내에서 산업용으로 아무 쓸모가 없는 모나자이트의 수입도 금지 시켜야 한다. 소비자들도 엉터리 상술에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정신을 차려야 한다.

라돈은 엉터리 침대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토양·모래·자갈에서도 라돈이 방출된다. 그래서 실내 공기 중의 라돈의 양은 최대한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누구나 토양에서 방출되는 라돈이 실내에 유입되지 않도록 하고, 실내의 환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 언론에서 강조하는 라돈의 '기준치'는 무의미한 것이다. 아무 편익을 기대할 수 없는 라돈에는 합리적인 최저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알라라(Alara) 원칙이 적용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가 1988년에 라돈을 인체 발암성이 확인된 '1군(Group 1)'으로 분류한 것은 사실이다. 라돈이 흡연과 함께 폐암의 주요 발생 원인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라돈을 흡입하기만 하면 누구나 당장 폐암에 걸리는 것은 절대 아니다. 만성 질병인 폐암 사망자 중에서 80%는 흡연 때문으로 추정된다. 라돈에 의한 경우는 3~14%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흡연자가 라돈에 노출되면 폐암 발생률이 86%나 증가한다는 주장도 있다.

WHO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라돈은 우라늄의 붕괴에서 생성되는 라돈-222다. 실제로 WHO는 2009년에 발간한 '라돈 핸드북'에서 실내 공기 중의 라돈 관리에서 토론의 영향을 확실하게 제외 시킬 것을 분명하게 요구하고 있다. 측정 단계에서부터 라돈과 토론을 확실하게 구분해야 하고, 토론의 농도를 근거로 라돈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과장하지 말도록 강조하고 있다. 시중에 유통 중인 라돈 측정기는 라돈과 토론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런 측정기는 토론을 방출하는 음이온 침대의 유해성 평가에 적절하지 않다는 뜻이다.

반감기가 짧은 라돈-220(토론)의 유해성은 라돈-222보다 낮은 것이 분명하다. 방사성 붕괴에서 생성된 토론은 호흡을 통해 인체로 흡입되기 전에 붕괴돼 사라져버린다. 물론 음이온 침대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지만 그렇다고 '1급 발암물질'이나 '침묵의 살인자'라고 법석을 떨 이유는 없다.

토론의 유해성에 대한 자료는 매우 제한적이다. 2003년 중국의 광산에 대한 연구와 1995년 미국의 토륨 작업장에 대한 연구가 고작이다. 토론의 유해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에는 자료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토론의 유해성을 확인하는 일도 쉽지 않다. 토론을 만들어 저장할 수도 없고, 인체 실험은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 동물실험도 쉽지 않다. 결국 추적 관찰을 통해 폐암 발생 여부를 밝혀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은 의욕만 앞선 것일 가능성이 크다.

방사성 모나자이트가 포함된 제품은 즉시 폐기해야 한다. 당장 폐기가 어렵다면 통풍이 잘되는 곳에 놓아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흡연자는 당장 금연을 하고, 폐 건강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것이 무작정 공포에 떠는 것보다 훨씬 더 현명한 대책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 원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DT Main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