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디지털산책] 중국 유니콘 스타트업이 강한 이유](http://contents.dt.co.kr/images/201805/2018052502102351607002[1].jpg "[디지털산책] 중국 유니콘 스타트업이 강한 이유")
우선 중국의 톱VC인 레전드캐피탈. 2001년 설립된 중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랜 투자사의 하나다. 세계최대의 PC제조회사인 레노보그룹의 자회사로 약 5.7조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며 지금까지 380여개 기업에 투자해왔다. 놀란 것은 투자의 다양성이다. 첨단 인공지능회사부터 인터넷플랫폼회사, 게임회사, 자동차 판매회사, 자동차 부품회사, 배터리 제조회사, 바이오헬스 회사, 화장품회사, 병원체인, 약국 체인, 양돈-양계장을 운영하는 회사까지 첨단산업에서 전통산업까지 성장과 혁신이 있을만한 회사를 찾아서 과감하게 장기투자한다. 레전드캐피탈이 투자한 회사 중에 총 62개가 상장했으며 현재 포트폴리오 중에서도 12개의 유니콘기업(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레전드에는 한국인으로서 보기 드물게 중국의 VC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준성 전무가 이끄는 한국팀이 메디힐 등 한국업체에 투자해서 성과를 올리고 있으며 한국기업에 대한 투자금액을 늘리고 있다. 특히 레전드 캐피탈은 단순히 돈만 투자해 주는데서 그치지 않고 투자사에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주기 위해서 노력한다. 자체 보유한 재무, 법률, 경영컨설턴트들을 통해 투자업체에 무료로 자문해준다. 그리고 투자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좋은 인재를 소개하고 중국 내의 관련 회사에 소개해 준다. 그리고 매년 11월에 레전드가 투자한 380개 기업의 대표들이 모두 참석하는 CEO클럽을 이틀간에 걸쳐 개최해 서로 경영노하우를 공유하고 인맥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노력을 통해 투자기업들은 '레전드 캐피탈이 투자한 기업'이라는 브랜드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의 창업생태계에서 활발하게 초기기업 투자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쩐펀드의 리우 유안 투자총괄을 만났다. 쩐펀드는 지금까지 약 600개 회사에 투자를 했다고 한다. 대화중 그가 "우리 이메일로 하루에 약 300개의 사업소개서가 쏟아져 들어온다"는 말을 했다. 그 이메일을 "다 읽어보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읽어보는 정도가 아니고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다 답장해 준다"고 해서 나를 놀라게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초기투자사로서 자기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20명의 인턴을 고용해서 모든 사업계획서를 잘 읽어보고 피드백을 준다는 것이다.
구글차이나의 CEO를 역임했고 중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테크업계 거물 중 하나인 리카이후박사가 만든 초기투자사인 시노베이션 벤처스를 방문했다. 시노베이션은 지금까지 약 300개 회사에 투자했다. 이중 벌써 유니콘회사가 10개 가까이 된다. 손님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사무실 내에 전시관을 꾸며놓고 투자스타트업에 대해 설명해준다. 특히 주요투자사들의 창업자 사진과 어록을 붙여놓고 그들을 영웅 대접해 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투자사들이 모여서 회사의 성장 노하우를 경험할 수 있도록 HR클럽, 마케팅클럽, 재무클럽, 법무클럽 등 수많은 모임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리카이후 박사는 특히 중국에 인공지능생태계를 만드는 것에 신념을 가지고 있어서 인공지능 개발경진대회, 인공지능캠프 등을 운영해 인재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평생써도 주체못할 정도로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 이처럼 투자사를 설립하고 신생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돈을 투자한 뒤 빨리 회수해서 단기수익을 올리는데 급급하지 않는다. 인재를 육성하고 생태계를 만드는데 힘을 쏟는다. 정부에서 시켜서 이렇게 하는 것 같지 않다. 자기들이 좋아서 이렇게 한다. 최고의 인재들이 스타트업으로 몰리고, 거액의 자금이 스타트업에 투자되고, 대중이 즐겨 쓰는 신기한 제품과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조단위의 상장과 M&A가 속속 이뤄지고, 유니콘스타트업이 쏟아져 나오는 중국창업생태계의 선순환이 우연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절로 잘 되는 일은 없다. 그 뒤에는 다들 이런 선구자들의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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