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DT 시론] 딜레마에 빠진 안철수 정치개혁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DT 시론] 딜레마에 빠진 안철수 정치개혁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바른미래당의 공천 파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고통과 인내의 과정을 겪었던 통합의 명문이 낡고 부패한 정치구조의 타파였는데 정치권의 민낯을 보여주는 후보공천과정에서 바른미래당이 기성정당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울시장 선거과정에서 대두된 야권의 후보단일화 논쟁이 안철수 후보의 새정치를 위한 정치개혁의 틀에서 한참 벗어나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의 계파간 갈등이 최초로 불거진 것은 6.13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문제였다. 그러나 다행하게도 안 후보 쪽의 김근식 교수의 사퇴로 일단락되었다. 현재 관심을 끄는 곳은 송파을 국회의원재선거 지역으로 주지하다시피 다수의 예비후보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손학규 중앙선거대책위원장 혹은 장성민 전의원의 전략공천이 대두되어 당내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 문제를 바라볼 때 잊지 말아야할 한 가지 사실은 공천관리위원회가 해당 지역구의 경선실시를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결정권자인 당의 최고위원회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거에서 열세인 정당이 당선가능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전략공천 지역을 지정하는 것은 당의 생존을 위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당의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당의 지도부가 뒤집기를 시도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기성정당들이 보여준 낡은 정치로 당내 의사결정의 절차적 민주성과 정당성을 훼손한 것이다. 사전에 지도부가 충분히 의견을 제시하고 공관위에서 이를 조율하고 타협하는 과정을 거쳤더라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계파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진수희 전 바른미래당 서울시당 공동위원장이 사퇴하고, 안 후보의 비서였던 이태우 후보가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찬성한 것을 후회한다고 발언한 것은 정체성이 미약한 개혁신당의 이미지에 상당한 상처를 준 것이다.


송파을 후보공천에서 안 후보가 줄곧 주장하는 '가장 최선의 후보'는 선거 승리에만 매몰된 절차적 민주성을 무시한 주장이다. 안 후보가 말한 '유권자에 대한 도리' 또한 특정 권력에 의해 공천의 룰을 뒤집는 것이 아닌, 민주적이고 공정한 절차에 의해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다. 새정치와 정치개혁을 내세운 바른미래당은 기성정당과 달라야 하는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 탄생의 명분이자 존재의 이유가 낡고 부패한 기득권의 양당정치를 타파하는 것이다. 눈앞의 선거 승리에 집착해 당의 가치와 정체성을 망각한다면 중도개혁 유권자의 마음은 영원히 떠날 것이다.
송파을 전략공천 문제와 함께 안 후보와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의 단일화 논의 또한 정치개혁의 맥락에서 벗어난 부적절한 모습이다. 물론 안 후보 본인은 단일화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지만 오직 선거 승리만을 위한 소위 '묻지마' 단일화는 과거 기성정당들이 보여준 구태정치의 단면이다. 단일화를 위한 명분이 '박원순 시장만큼은 안 된다'는 것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이라면 개혁정당으로서 바른미래당은 더 이상 비전이 없는 것이다. 현실정치를 잘 모르는 지나치게 이상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당장의 선거 승리보다 당의 정체성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른미래당과 한국정치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길이다.

안 후보의 정치적 생명은 이번 지방선거에 달려있지 않다. 새정치와 정치개혁의 가치를 고수하는 한 그의 정치적 영향력의 지속가능성은 매우 크다. '1987년 헌정체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헌법이 필요한 이유는 기득권 양당의 극단적이고 갈등적인 정치구조를 개혁하기 위함이다. 사생결단의 계파갈등, 묻지마 후보단일화는 구태정치의 모습으로 정치개혁에 역행하는 것이다. 정치권 내부로부터의 정치개혁은 말처럼 쉽지 않다. 안 후보의 딜레마도 여기에 있다. 공천개혁이 어렵다면 최소한 기성정치 따라 하기는 중단해야 한다.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은 정당의 후보공천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