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정의되는 국제단위계… ㎏단위 바뀌면 체중계 숫자는?

내년 4개단위 정의 변경… 일상생활에는 영향 없어요
'불변의 단위' 만들기 위한 과학자 노력 결실
㎏은 플랑크·A는 기본전하 등 상수로 재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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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정의되는 국제단위계… ㎏단위 바뀌면 체중계 숫자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킬로그램 원기. 표준연 제공

다시 정의되는 국제단위계… ㎏단위 바뀌면 체중계 숫자는?

다시 정의되는 국제단위계… ㎏단위 바뀌면 체중계 숫자는?
새로운 킬로그램 표준을 확립하기 위해 표준연이 개발하고 있는 키블저울. 표준연 제공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면 시계를 보고 시간을 확인하는 것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출근과 외출을 할 때면 기온을 체크하고, 차량 안에서는 속도와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계기판을 통해 확인합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 중의 하나가 됐습니다.

◇모든 측정의 기준은 '단위'=우리는 언젠가부터 무언가를 재는 행위를 하면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어떠한 양을 재는 행위를 '측정'이라고 일컫습니다. 수치화된 측정의 결과는 '단위'라는 기준이 있어야만 질량, 길이 등의 객관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단위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라 할 만큼 오래됐습니다. 피라미드를 만들 때 사용한 인류 최초의 단위 '큐빗(cubit)'은 팔꿈치부터 손가락 끝까지의 길이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과거 신체를 이용했던 단위는 인류가 발전하면서 지구의 거리와 같은 자연에서 척도를 얻기도 했고, 19세기부터는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해 점점 정확해지고 있습니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 국제단위계=1960년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국제표준으로 채택한 '국제단위계(SI)'는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규정한 단위 체계입니다. 현재 국제단위계를 구성하고 있는 7개 기본단위는 △미터(m, 길이) △킬로그램(㎏, 질량) △초(s, 시간) △암페어(A, 전류) △켈빈(K, 온도) △칸델라(cd, 광도) △몰(mol, 물질의 양) 등이 있습니다.

국제단위계는 처음 정의된 이후 지속적으로 진화를 거듭해 왔습니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과학적 사실이나 발전하는 기술을 반영해 단위의 정의를 보완해 '변하지 않는 단위'의 구현을 최종 목표로 연구에 매진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불변의 단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금의 단위가 왜 불완전한지부터 알아야만 합니다. 특정한 물체를 단위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 인공물을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세월에 따른 변화를 피할 수 없어 완벽한 단위를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킬로그램은 1889년 기준으로 삼은 '국제킬로그램원기'를 정의로 해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습니다. 백금과 이리듐 합금으로 만든 원기둥 모양의 이 인공물은 유리관에 담겨 130년 동안 프랑스 국제도량형국 지하금고에 보관되고 있는데요.

이 원기는 세월이 지나면서 100여 년 동안 50마이크로그램(㎍)이 가벼워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머리카락 한 가닥에 달하는 미세한 질량입니다. 하지만 이를 간과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단위의 기준이 흔들릴 수 있어 이를 대체하기 위한 노력이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불변의 단위를 만들기 위한 과학적 노력=국제사회는 단위에 불변이라는 속성을 부여하기 위해 값이 변하지 않는 상수를 활용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대표적으로 미터인데요. 미터는 1875년 미터협약이 체결되면서 '국제미터원기'라는 물체를 만들어 기준으로 삼았으나, 지금은 불변의 상수인 '빛의 속력'을 이용해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불변의 단위를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은 올 가을 큰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입니다. 단위 역사상 최초로 4개 단위(킬로그램, 암페어, 켈빈, 몰)의 정의가 한꺼번에 바뀌기 때문인데요.

오는 11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에서는 기본상수를 활용한 4개 단위를 재정의하는 안건이 최종 의결될 예정입니다. 새로 바뀐 재정의는 내년 5월 20일 세계 측정의 날부터 공식 사용됩니다.

가령, 킬로그램에는 플랑크상수, 암페어에는 기본전하, 켈빈에는 볼츠만상수, 몰에는 아보가드로상수를 각각 단위 재정의에 사용됩니다.

단위의 패러다임이 바뀌어도 당장 우리의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국제단위계 전문가들의 주장입니다. 더욱이 4개 기본단위에 불변의 속성이 부여되면 최고 수준의 정확한 측정이 가능해지고, 국제단위계는 더욱 안정적으로 유지될 전망입니다. 아울러 거시적 수준에서 이뤄졌던 질량이나 온도 등의 측정은 원자나 양자 수준의 미시적 영역까지 발전할 것입니다.

미래 과학기술을 주도하는 무궁무진한 기술들이 단위를 통해 기반을 다진다는 점에서 단위의 재정의가 미래 인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합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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