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도 한국선 초급자”… SW기술자들의 ‘웃픈 현실’

개발능력 뛰어난 SW 전문가도
자격증 없으면 초급 임금 받아
청원게시판 중심 '폐지' 여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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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게이츠도 한국선 초급자”… SW기술자들의 ‘웃픈 현실’

“빌게이츠도 한국선 초급자”… SW기술자들의 ‘웃픈 현실’

"SW 개발실력이 뛰어난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인재가 국내에서 공공 SW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제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기사나 산업기사 자격증이 없으면 초급기술자 수준 임금밖에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20년 이상 공공SW 사업에 참여한 유능한 SW 개발전문가도 정해진 자격증이 없으면 프로젝트관리자(PM)가 될 수 없습니다. PM 자격요건에 특정 등급 자격 보유 여부가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9월부터 1년간 적용하는 SW기술자 평균임금 산정을 위한 업계 임금수준 실태조사를 앞두고 초·중·고급 등으로 구분된 SW기술자 등급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SW업계와 관련 커뮤니티, 청와대 청원게시판을 중심으로 SW기술자 등급기준 폐지 여론까지 형성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SW산업협회는 통계법에 따라 매년 상반기 SW기업들을 대상으로 SW 기술자의 실지급 월 임금을 살피는 'SW기술자 임금실태조사'를 실시한다. 여기서 나온 SW 기술자 평균임금을 8월 31일 공표해 9월 1일부터 다음 해 8월 31일까지 활용한다. SW산업진흥법에 따라 SW기술자 평균임금은 SW기술자의 노임단가를 의미하며, 공공분야 SW사업 추진 시 평균임금 자료로 쓰인다. 올해 임금실태조사는 다음달부터 7월까지 2달간 진행된다.

SW기술자 분류 기준은 단순 자료입력원을 제외하면 초·중·고급 기능사와 초·중·고·특급 기술자, 기술사 등 8등급으로 나뉜다. 작년 기준 기본급, 제수당, 퇴직금, 법인부담금 등을 모두 포함한 하루평균 임금은 초급 기능사가 11만9232원, 초급 기술자 19만790원, 기술사 43만7227원 등이다. 개인의 SW 개발능력보다 자격 보유여부로 등급을 매겨 임금을 산정하는 것.

자격증은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라 △고교 졸업자 수준의 기능사(정보처리, 정보기기운용) △대학 이상의 기사(정보처리, 전자계산기조직응용, 정보보안)와 산업기사(정보처리, 사무자동화, 정보보안) △대학원 이상의 기술사(정보관리, 컴퓨터시스템응용)가 있다.

기사나 산업기사 자격을 취득하면 초급 기술자로 인정받는다. 전문학사 이상의 학위나 고교 졸업 후 3년 이상 SW 기술분야에서 근무해도 초급 기술자 지위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중급 기술자부터는 달라진다. 기사나 산업기사 자격증을 반드시 갖추고 있으면서 일정 기간의 동종 경력도 함께 보유해야 하는 것. 이 때문에 고급 기능사를 비롯해 아무리 장기간의 SW 분야 경력을 쌓거나 우수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도 중급 기술자 이상의 자격을 취득할 수 없어 초급 기술자로 분류된다. 20년 이상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한 SW 비전공자 출신의 임원이나 해외파들이 대표적인 예다. 중급 기술자 이상으로 가려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기사나 산업기사 자격은 4년제 대졸자만 응시할 수 있고, 시험내용도 대학 전공과정에서 배운 수준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격증 유무로 중급 기술자를 구분하는 방식은 너무 경직된 체계로, 최근의 흐름에 맞춰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SW 개발능력이 아무리 우수해도 해당 자격증이 없거나 비전공자, 해외파 등은 중급 기술자 이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격증 여부로 임금 등급을 나누는 것은 블라인드, 직무능력 중심 채용시대와 맞지 않은 만큼 현실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기정통부와 SW협회는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기술·태도 등 능력을 산업부문별로 체계화한 범정부 차원의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SW 기술자 분류 기준에 도입하려고 공을 들이고 있다. 등급 대신 IT컨설턴트, IT프로젝트 관리자, SW아키텍트, SW엔지니어 등 직무에 따른 'SW기술자 경력관리 직무체계'를 마련해 작년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큰 틀에서 기술자 분류 기준에서 NCS 직무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SW협회 관계자는 "비전공자 출신의 실력 검증 등을 위해 등급을 요구하는 기업이 있고 일부에서는 폐지하자는 업체도 있으나 NCS로 가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경력 1년차와 20년 차를 어떻게 구분할지에 대한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우영기자 yenn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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