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디지털산책] 헬스 4.0과 환자안전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김성수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디지털산책] 헬스 4.0과 환자안전
김성수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보건의료의 목표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다. 하지만 의료행위 과정에서 환자가 다른 종류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잘못된 진단과 처방에 의한 부작용의 발생은 물론 치료 행위와 무관한 의료기관내 각종 사고(낙상, 화재, 이차감염)에 의해 환자가 위험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환자안전(Patient Safety)이 담당하는 분야이다. '오진(誤診)'도 문제이지만 정확한 진단 하에 이뤄진 치료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더 중요하다. 워낙 질병은 다양하고 다른 원인의 질병이 유사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정확히 진단하지 못하는 것은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발생한 문제는 환자를 새로운 위험에 빠트리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환자의 고통은 물론 불필요한 비용과 노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진료과정에서 빠르고 정확한 진단도 중요하지만 치료 과정의 안전을 확보해 불필요한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인간은 실수할 수 있다. 인간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 지침(프로토콜, Protocol)이며 환자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표준화 진료과정(CP, Critical Pathway)과 임상지침(Clinical protocol) 수립 및 적용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제 의료기관 인증평가 기관인 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 www.jointcommissioninternational.org/)는 의료 기술수준이 아닌 환자안전을 적절히 확보하고 있는지 평가하고 인증하는 기관이다. 진료 수준이 어느 정도 확보된 의료기관을 차별화하는 것은 문제없이 환자를 다루는 환자안전 분야의 노력이다.

의료디지털 기술은 그동안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는데 집중됐는데 이제는 그 영역을 환자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은 환자안전 분야를 강화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항상 네트워크로 연결된 상황에서 환자를 모니터링해 문제를 조기에 확인하고 얻어진 정보와 치료반응(빅데이터)을 분석 활용해 환자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새로운 지침(프로토콜, protocol)을 개발할 수 있다. 현시점에서 도입된 인공지능은 임상결정지원(CDSS, 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을 통해 오진을 줄이고 불필요한 치료를 방지하는 것은 물론 특정질환에 적용되는 표준화 진료과정과 임상지침 기능을 추가해 환자안전 확보에도 역할을 담당한다.


로봇기술이 환자안전에 적용될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환자를 돌보는 간병(看病)은 매우 힘든 직업이다. 환자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상당 수준의 교육이 필요하다. 게다가 고통받는 환자를 돌보는 과정이 항상 즐겁지는 않다. 그래서 감성과 관련된 문제도 발생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이 부분의 많은 부분을 가족들이 담당하고 있으며 요양병원에서 만성적인 간병인력 부족이 문제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먼저 경험하고 로봇을 환자 간병 및 모니터링 수단으로 도입한 국가가 일본이다. 심각한 인력 감소를 로봇 기술을 통해 해결하려는 일본에서는 환자 간병은 물론 실버케어, 홈케어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로봇을 적용하고 있다. 인간형 로봇과 자동화된 환자 지원 수단(로봇 휠체어, 스마트 베드)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이는 적극적으로 의료분야에 도입될 것이다. 간병은 실제 매우 비싼 의료서비스다. 일반적인 단순 노동과 비교할 수 없이 어렵고, 사고의 위험이 크며 책임이 따르는 인간이 필요한 서비스이다.
우리나라는 저수가 시스템에 의한 문제점을 대규모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규모의 경제 방식으로 해결하는 왜곡된 의료시스템으로 진화돼 왔다. 게다가 최근 선택진료비(특진비)가 없어지면서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한민국 대형병원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적은 인력으로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환자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이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돼야 하는 것이다.

질병 진단, 질환 치료제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환자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헬스 4.0 시대에 필수적인 분야다. 환자안전 분야의 기술개발은 파급하는 부가가치가 매우 크며 새로운 의료서비스 산업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의료 외 기술이 참여할 여지가 큰 헬스 4.0시대에 더욱 필수적인 의료서비스 분야다. 이미 개발된 기술 중 상당 분야가 활용된다면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상하는 모든 것이 가능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족한 것은 고민과 상상력 뿐일지 모른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