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묻지마식 `암호화폐 공개` 안된다

배운철 소셜미디어 전략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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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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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묻지마식 `암호화폐 공개` 안된다
배운철 소셜미디어 전략연구소 대표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관심 키워드가 4차 산업혁명에서 빠르게 '블록체인 기술'로 넘어가고 있다. 4차산업혁명이 좀 더 거시적인 관점의 키워드라고 본다면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변화 속에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인공지능 분야도 잠시 주춤하는 상황인 반면 가상화폐 또는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은 부쩍 커지고 있다. 통상 가상화폐라는 표현도 많이 사용하는데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해서는 암호화폐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기존 온라인 게임의 포인트나 온라인 서비스의 마일리지 등이 가상화폐란 용어로 많이 쓰였는데 구분해서 표현하려면 블록체인 기술쪽에서는 암호화폐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대한민국은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초까지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보다는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있었다. 비트코인은 생활속 교환 수단으로서의 화폐 기능은 거의 하기 어려우며 투자의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트코인에 대한 묻지마식 투자가 이어지자 정부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에 필요한 가상계좌의 실명화 하도록 함으로써 투기성 참여와 불법 자금 유입에 대한 통제 장치를 마련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과 정보통신기술쪽 사람들은 새로운 암호화폐에 관심을 돌리게 됐다. 그리고 암호화폐 선공개라는 ICO가 자주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코인을 선공개, 선판매해 자금을 모집하는 ICO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017년부터는 스타트업의 자금조발 방식이 벤처캐피털에만 의존하지 않고 ICO를 통해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2017년 상반기에 50개 이상의 ICO가 진행되고 투자금액이 총 12억달러를 넘어섰다. 벤처캐피털의 초기 투자 금액과 ICO를 통한 투자 금액을 비교해 봤을 때 2016년 1분기 ICO 투자 금액의 비중이 3.7%였는데 2017년 1분기에는 27.6% 규모로 빠르게 늘어났다. 미국 금융거래위원회(SEC) 자료에 따르면 2017년 9월 초까지 최소 9개 회사가 ICO를 통해 3억5000만달러 이상의 투자자금을 확보했다.

이런 과열현상과 함께 사업 모델이 분명하지 않은 ICO에도 투자자금이 몰리는 부작용이 생겨났다. 2017년에 진행된 ICO 중 부실한 사업 모델과 실행능력 부재로 인해 사기성 ICO로 판명난 경우가 드러나고 있다. 품바이에 거점을 두고 있던 원코인(OneCoin)은 한 때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2017년 4월 다단계와 닮은 사기로 밝혀졌다. 이 사실이 드러나기 전까지 약 3억5000만달러(약 35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센트라코인은 ICO로 약 3200만달러는 조달했으나 사기성 코인으로 판명나고 공동 창업자 2명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중앙집중형 서비스의 한계와 문제점을 해결하고 개인간 직접 거래 방식과 투명한 거래 내역을 보장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참여자들에 대한 보상 시스템으로 암호화폐를 활용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꼭 필요로 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암호화폐 자체에 대한 투자만 강조하고 새로운 대박을 꿈꾸며 묻지마 투자를 하는 일부 투자자들이 함께 신기루의 가치를 만들고 공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ICO를 위해 작성되고 공유하는 백서(white paper)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자문 그룹과 개발팀 등 해당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역량도 살펴야 한다.

필자가 자문하는 ICO 백서 프로젝트에서도 중앙집중형 서비스를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로 적용하기 위한 설계에 가장 많은 시간이 투자됐다. ICO를 준비하는 스타트업이나 ICO에 투자를 검토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반드시 해당 ICO 사업 모델이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필요로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자신이 잘 아는 분야의 ICO부터 살펴보는 것이 좀 더 안전하다.스타트업들에게는 새로운 자금 조달 수단이 되고 있는 ICO. 투자자들에게는 스타트업 기업에게 초기에 투자할 수 있고 암호화폐 가치 상승을 통해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ICO. 서비스 모델에 대한 이해 없이 신규 ICO에 묻지마 투자하는 투자 방식은 이제 점점 없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ICO와 함께 공개되는 백서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투자한다면 사기성 사업 모델로 묻지마 투자를 기대하는 ICO는 사라질 것이다. 세상을 바꿔 나갈 블록체인 기술과 참여자들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보상받는 암호화폐 보상 체계를 설계하고 신뢰할만한 자문 그룹과 개발팀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진행하는 ICO가 더 많이 등장하길 기대한다.

미래의 정보기술 근간을 바꿔 나갈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진행되는 ICO 열풍은 지금보다는 더 냉정하게 바라보고 판단해야 한다. 정부는 다가오는 제7회 지방선거를 마친 후에 반드시 블록체인 산업의 진흥 정책과 적절한 ICO 규제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 활용은 없고 묻지마 투자 자금만 모집하겠다는 ICO를 어떻게 예방하고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숙제를 풀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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