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름이 보이는 세계사 경제 공부/ 미야자키 마사카츠 저/황선종 역/ 어크로스/ 1만6000원
대규모 전쟁으로 유럽은 폐허가 되고, 엄청난 전쟁 부채를 짊어지면서 19세기 유럽의 패권 체제는 단숨에 무너졌다. 유럽의 시대가 끝난 것이다. 한편 먼로주의에 의해 신구 양 대륙의 상호 불간섭을 주장하며 힘겹게 자립을 유지해왔던 신흥국 미국은 큰 행운을 거머쥐었다. 미국은 군수물자와 농산물을 유럽에 수출하여 많은 돈을 획득했다. 엄청난 어부지리를 얻은 것이다.
20만 독자를 사로잡은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의 저자 미야자키 마사카츠는 이처럼 세계사 속의 주요한 사건들을 통해 경제 흐름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세계 경제는 한 국가의 운명부터 내 주머니 경제까지 많은 것을 좌우한다. 하지만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거나 나와 관계없다는 이유로 관심을 받지 못한다. 저자는 오랜 강의 경험과 저술로 다진 지식을 바탕으로 오늘의 경제를 만든 역사 속 경제의 명장면들을 전달한다.
저자는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편적 정보가 아니라 맥락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크게 다섯 가지 주제로 세계사 속 경제의 흐름을 보여주면서, 주요 맥락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가장 좋은 점은 과거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현시점과 앞으로의 경제 상황을 분석하고 대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책 속의 이야기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경제의 기초이자 우리가 경제생활을 할 수 있는 통로인 화폐의 탄생과 변화다. 저자는 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화폐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탄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또 4000년 동안 주요 화폐였던 은이 금으로, 세계 통화였던 영국의 파운드가 미국의 달러로 대체된 배경은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이밖에 미국의 컨티넨탈 지폐를 비롯해 세계 여러 화폐의 등장과 퇴장을 통해 비트코인 같은 새로운 화폐의 운명을 짐작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현재 전 세계의 뜨거운 감자인 무역전쟁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자유무역을 온 세계에 설파하던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이후 보호무역을 내세우고 있다. 저자는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 영국의 해양건설제국 정책, 미국의 남북전쟁 등 세계사적 사건 등을 예시로 들며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이 절대 선이나 절대 악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이를 통해 주요 경제 선진국이 어떤 상황에서 그것들을 번갈아 가며 취사선택해왔는지 파악하고 앞으로의 날들을 예측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본문 사이사이에 51개의 '세계 경제의 전환점'을 꼽아놨다. 4000년 이어진 은화의 탄생부터 최초의 주식회사 출현, 금본위제 확립, 자본주의를 본격화한 산업혁명과 철도 건설, 리먼쇼크에 따른 세계 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 세계사를 바꾼 경제의 결정적 순간들을 포착해뒀다. 오늘의 경제를 있게 한 51가지 세계사 속 경제의 전환점을 따라 읽다 보면 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 교양을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예린기자 yesli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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