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652) 바이오디젤 혼합의무

[이덕환의 과학세상] (652) 바이오디젤 혼합의무
    입력: 2018-05-15 18:00
폐식용유로 생산…환경보호 효과 없어
혼합률 0.5% 늘리면 리터당 3원 부담
[이덕환의 과학세상] (652) 바이오디젤 혼합의무

내년부터 경유에 의무적으로 3%의 바이오디젤이 혼합된다. 산업부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핑계로 2007년부터 시작한 일이다. 지금은 2.5%를 혼합하고 있고, 2021년부터는 3.5%로 확대한다. 물론 공짜가 아니다. 바이오디젤이 경유보다 2배 가까이 비싸다. 바이오디젤을 0.5% 혼합하면 소비자 부담이 리터당 3원씩 늘어난다. 현재 리터당 15원인 소비자의 추가 부담이 내년부터는 더 늘어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확증도 없다.

바이오디젤을 혼합한다고 자동차 배기구에서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줄어드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바이오디젤의 원료인 콩·팜·야자 등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대기에서 흡수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고려하면 전 지구적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을 뿐이다. 환경주의자들이 강조하는 순진한 '탄소 중립' 이론에 따르면 그렇다.

그런데 반론도 만만치 않다. 원료 작물의 재배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환경 파괴가 발생한다. 멀쩡한 농지나 숲을 훼손시켜야 하고, 물·비료·농약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바이오디젤로 전환시키는 공정에서도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소비되고, 폐기물이 발생한다. 문제가 간단치 않다는 뜻이다.

숲이나 초원을 원형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감축에 훨씬 더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결국 바이오디젤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산업부의 주장처럼 그렇게 명쾌한 것이 아니다. 더욱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바이오디젤의 원료는 우리 땅에서 재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다른 이유도 있다. 식량을 생산해야 할 농지에서 자동차 연료를 생산함으로써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가 가볍지 않다. 바이오디젤의 원료 생산이 사실은 저개발국의 환경을 파괴하고, 식량 생산과 환경 보호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저개발국에 충분한 재정적 보상을 해주면 된다는 발상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것이다. 한 세기 전 선진 열강에게 침탈당했던 가슴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유럽에는 바이오디젤이 일반화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유채유를 가공한 것이다. 그런데 유럽에서는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기 위해 유채를 재배하지 않는다. 밀과 귀리 등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산성화된 토양을 복원하기 위해 휴경하는 밭에서 유채를 재배한다. 중세에서부터 내려오는 '삼포제'라는 전통이 그렇다. 결국 유럽의 바이오디젤은 휴경지에서 공짜로 얻어지는 부산물을 가공한 것이다. 바이오디젤을 통해 전통 농사법도 지키고, 연료도 생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겠다는 뜻이다.

우리의 경우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현재 우리는 통닭집에서 폐기하는 폐식용유와 저개발국에서 수입한 팜 부산물로 바이오디젤을 생산한다. 경악스러운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기 오염을 걱정하고 있는 경유차를 폐식용유의 재활용에 동원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저개발국의 농업 폐기물까지 수입해서 처리해줄 이유도 없다.

바이오디젤 혼합의무제도는 서둘러 폐지해야 한다. 남이 장에 가는 이유조차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무작정 따라 나선 부끄러운 정책이기 때문이다. 억지 춘향으로 혼합의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바이오디젤 생산과정에서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쓰레기가 만들어진다. 통닭집 폐식용유와 남의 나라 농업 폐기물의 재활용 비용을 경유차 운전자에게 떠넘기는 것도 정당한 일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과도하고 불합리한 유류세에 소비자의 등골이 휘어지고 있다.

물론 바이오 연료 기술에 대한 투자를 포기할 수 없다. 고갈 위기에 있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중요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래를 위한 기술을 폐기물 재처리 수단으로 전락시켜서도 안 된다. 사회적으로 아무 의미 없는 비용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떠넘겨버리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리터당 20원도 안 되는 수준이라서 괜찮다는 산업부의 인식은 심각한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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