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어도... 안바뀐 낙하산 인사

ETRI 등 4개 출연연 상임감사
정치권 인사 보은 자리로 변질
"전문성 없는 인사 기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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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권은 다를 줄 알았는데 낙하산 인사만큼은 변한 게 없네요."

14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상임감사 선임을 앞두고 연구현장에서는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임감사 자리가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이들에 대한 보은성 인사로 흘러가는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25개 출연연 중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4개 기관의 상임감사를 다음달 중 최종 임명한다.

출연연 상임감사직은 연간 10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에 한해 두고 있다. 비상임 감사와 달리 임기 3년을 보장하고 기관장에 버금가는 권한과 예우를 받는다. 기관 운영에 대한 책임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보니 매 정권 낙하산 인사의 중요 표적이 됐다.

이번 4개 출연연 상임감사 공모는 기관별로 10명 이상이 지원했다. ETRI는 가장 많은 13명이 응모했다. 항우연 11명, 원자력연 10명, KIST 7명이 각각 공모에 참가,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ETRI는 박창수 전 국회의원 보좌관과 고기석 전 국회예산정책처 사업평가국장이 후보로 추천됐다. 두 후보 모두 정치권 인사로 분류되며, 박 전 보좌관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ETRI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급변하는 ICT 환경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와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하는데, 후보들은 그에 걸맞지 않은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원자력연은 김성록 전 대구경북섬유직물조합 상무이사, 서토덕 부산경남생태도시연구소 연구위원, 함철훈 한양대 특임교수가 추천돼, 기업인과 시민단체 활동가, 대학교수가 경쟁하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탈핵운동을 하는 인사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자 원자력연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전문성 있는 인물이 임명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원자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사가 상임감사에 임명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밝혀 상임감사 임명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항우연 상임감사는 김무경 스카이킹아카데미 시뮬레이터사업개발본부장과 나훈균 국가핵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간 2파전으로 좁혀졌다. 출연연 연구자인 나 책임연구원이 다른 기관의 상임감사에 응모해 후보로 추천받은 게 눈에 띈다.

출연연의 맏형격인 KIST 상임감사는 박기순 한국기업컨설팅 고문과 윤헌주 전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이 2배수 후보로 추천됐다. 윤 전 단장은 고위공무원 출신으로, 미래부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을 지낸 후 퇴임했다. 연구회는 다음달 중 후보자 검증을 거쳐 최종 임명할 계획이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상임감사 자리는 기관장에 못지 않게 막중한 책임감과 전문성을 갖춰야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새 정부 들어 상임감사 임명이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출연연 상임감사 외에 과학기술 관련 기관인 한국연구재단, 기초과학연구원(IBS) 등도 현재 상임감사 공모를 진행 중인 가운데 정치권 인사가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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