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뜨거운 감자`가 된 인터넷 댓글 규제

"댓글조작 예방" vs "표현의 자유 위축" 찬반양론
실명제 의무화 등 댓글 규제법안 잇따라 발의
전문가들 "신중한 검토·명확한 기준정립"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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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댓글 규제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습니다. 규제하자니 표현의 자유가 걸리고, 규제를 안 하자니 가짜뉴스와 댓글조작을 방조하는 결과를 낳을까 우려가 생깁니다.

국내 인터넷 포털 서비스가 도입된 것은 1990년대입니다. 1997년 다음이 먼저 생겼고, 1998년 네이버가 생겼습니다. 포털 사이트는 간편한 이메일 서비스를 비롯해 다양한 검색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그중 뉴스는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가운데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콘텐츠가 됐습니다. 포털 사이트는 누구나 쉽게 뉴스를 소비하고, 댓글 등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됐습니다.

그러나 부작용도 상당합니다. 최근 정치권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악용해 포털 사이트의 댓글과 공감(추천) 수를 조작해 여론을 호도한 일명 '드루킹' 사건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가짜뉴스도 판을 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포털사이트의 댓글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댓글을 규제하면 댓글의 사회적 순기능을 잃을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표 포털 사이트 업체인 네이버 측은 댓글 공간이 '사회적 효용과 시대를 반영하는 가치'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최근 '드루킹' 사건과 같은 댓글 조작이 드러난 이상 불법적인 댓글 조작이나 가짜뉴스 유포 등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국민적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 댓글, 법으로 규제?

현재 국내법상 인터넷 댓글을 특정해 규제하는 법안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규제의 틀 속에 인터넷 댓글이 법적으로 문제가 된 경우 책임을 묻는 수준입니다. 주로 댓글 내용이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는 경우, 악성 댓글을 쓰는 경우 등입니다. 그러나 댓글로 불법이 아닌 유해 정보를 퍼트리거나 고의적·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 등을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는 규제하기가 어렵습니다.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동원한 인터넷 댓글 조작을 특정해 처벌하는 조항도 없습니다. 형법상 업무방해나 컴퓨터 등을 사용한 사기,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망 침해 등의 조항을 적용해 처벌해야 합니다.

선진국들은 인터넷 댓글을 어떻게 규제하고 있을까요? 해외에서는 인터넷 댓글이 크게 사회문제로 떠오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법적으로도 인터넷 댓글을 특정해 규제하지는 않고, 국내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관련 법률이나 형법 등으로 규제한다고 합니다.

인터넷 댓글을 가장 손쉽게 규제하는 방법으로 실명제를 거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법적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의무화하지는 않습니다.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합니다. 중국, 러시아는 민간사업자에게 법적으로 본인 확인을 의무화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인터넷 실명제가 불법입니다. 2007년 민간 사업자가 본인 확인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법률로 규정했으나 헌법이 정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 등으로 2012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했습니다.

◇인터넷 댓글, 규제가 답일까?

댓글 조작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정치권은 앞다퉈 포털과 댓글 규제 관련 법안을 내놨습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이 많습니다. 포털 사업자에게 모니터링과 매크로 프로그램 방지 등 보호 조치를 의무화하고 처벌하도록 한 법안도 있습니다. 악성댓글을 쓰면 처벌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성희롱과 여성혐오·남성혐오 등 성별에 대한 혐오목적의 모욕행위도 일반 모욕죄보다 가중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인터넷 실명제 의무화 방안도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음이나 네이버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서비스사업자가 인터넷 게시판을 운영하는 경우 본인 확인조치를 의무화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여론조사에서도 실명제 찬성 의견이 우세합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중한 검토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법으로 한 번 정하면 되돌리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온라인상 혐오 표현이나 가짜뉴스 등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지 규정이 불분명하면 또 다른 사회 문제를 낳을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댓글 조작이 문제가 되자 구글과 같이 뉴스를 네이버 사이트가 아닌 언론사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아웃링크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아웃링크 방식도 찬반이 팽팽합니다. 언론사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거나, 댓글의 부정적 측면만 부각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도한 규제로 국민의 의사 표현을 막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최진응 입법조사관은 "민간의 자율조치를 강화하면 법의 규제와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극히 일부 정치적 통제가 심한 국가를 제외하면 해외에 유사한 법률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도움말=국회 입법조사처
[알아봅시다] `뜨거운 감자`가 된 인터넷 댓글 규제

[알아봅시다] `뜨거운 감자`가 된 인터넷 댓글 규제
'포털 인 or 아웃 : 포털 댓글과 뉴스편집의 사회적 영향과 개선방안' 토론회가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광온·신경민·유은혜 의원실 주최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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