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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VR 가능성 주목해야

박정우 서틴스플로어 대표 

입력: 2018-04-30 18:00
[2018년 05월 01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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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VR 가능성 주목해야
박정우 서틴스플로어 대표

플라톤은 '존재 한다'는 정의에 대한 탐구 끝에 이데아의 세계와 감각의 세계를 구분해 바라봤다. 감각의 세계는 불완전해 이데아의 세계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어려운 철학적 논의를 하기보다 가상현실이라는 콘텐츠 혹은 환경의 특성상 플라톤이 정의한 감각의 세계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감각의 세계는 인간의 오감을 기반으로 인지되는 세계를 말한다. 가상현실의 궁극적인 모양새는 인간의 오감을 완벽히 속이게 됐을 때 최고의 사용자 경험을 줄 수 있다. 가령, 우리는 고양이 소리를 듣고 아기울음 소리로 착각하기도 하고, 태양광에서 흰색으로 보이는 종이를 정육점에 들고 갔을 때, 그 종이가 절대적으로 흰색이라고 말할 수 없다. 우리 눈에는 분홍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의 감각은 생각보다 정확하지 않고 충분히 기만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인간으로서 우리의 감각이 이렇게 잘 속아 넘어간다는 사실이 허탈하기도 하지만, VR 콘텐츠의 미래를 생각하면, 이러한 감각적 기만이 가능하다는 것이 무한한 가능성으로 이해된다.

우리는 VR(가상현실) 이라는 하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주하면서 이러한 원초적인 질문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실사 촬영으로 VR 콘텐츠를 만드느냐, 인터랙션이 가능한가 등 지엽적인 질문과 방법론에 빠져서 가상현실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바를 놓치곤 한다. VR이 줄 수 있는 가치와 사용자 경험의 극치를 이해하고, 현재의 기술과 방법론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는 결론에 의해 해당 방법론을 추구하고 개선해 가는 것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그러나, 어떤 특정한 방법론과 기술의 특성을 맹목적으로 옹호하고 다른 방법론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궁극의 VR 경험은 방법론에 매몰돼서는 안된다.

VR은 인류의 오랜 역사를 관통해서 지속적으로 추구해왔던, 현실 도피를 실질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포맷이다. 인류는 수많은 스토리텔링을 다양한 포맷으로 제시하며, 우리가 처해진 현실을 일시적으로 도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왔다. 구전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들으며 청자는 확장된 경험을 해왔고, 연극이라는 무대를 통해 관찰자 입장에서 경험을 확장했다. 초기 영화는 연극 무대를 필름으로 옮기는 작업이었고, 좀 더 현실적인 몰입감을 제공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최근의 할리우드 영화는 우리의 미래상을 제시하며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창조하기에 이르렀다. VR은 이러한 역사의 흐름 끝에 가장 최신의 가장 발전된 현실 도피 도구다.

가상현실 세계와 감각의 세계-우리의 몸이 실질적이고 물리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세계-간 경계와 존재의 대한 질문은 앞으로도 수없이 반복될 것이고, 누구도 완벽한 대답을 내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가상현실 산업과 콘텐츠의 첨단에서 VR 콘텐츠 혹은 세계를 만들어가는 우리는, 인류가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현실도피에 대한 갈망을 제대로 충족시켜줄 수 있는 어떤 것-어떤 것이 될지는 아직 우리도 모른다. 현재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최선을 제공할 뿐이다.-을 추구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산업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면 너무도 지엽적인 해석이 될 수 밖에 없다. 적어도 가상현실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업계의 일원이라면, 철학적인 의미와 인류가 추구해온 가치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산업계의 깨어있는 분들은 궁극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다양한 방법론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가 잘나서 이러한 고민을 한다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VR을 한다'는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근본적인 고민 없이, 비즈니스의 관점에서만, 혹은 특정한 제작 방법론이 최고라는 아집을 드러내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왔다. 적어도 근본적인 VR의 미래가치에 대한 고민을 한번이라도 해보았다면, 현재의 방법론과 솔루션이 '최선'이라는 것에 절대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당장 오늘 만들어낸 콘텐츠를 내일 스스로 부정하고 더 높은 사용자 경험을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여러 번 반복돼 가면서 방법론은 뒤섞이고 통합돼 갈 것이며, 사용자 경험은 점점 더 현실에 가까운 경험을 주게될 것이다.

VR은 인류가 처해있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엄청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비용 효율적인 사용자 경험에 머물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인지영역을 무한한 가능성으로 확장할 수 있는 것이다. VR이 핫한 키워드로 등장한지 4년이 흘렀다. 트렌드에 따라 투자가 몰릴 수도 있고 여론의 집중을 받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류가 추구해온 지속적인 방향성을 고려했을 때 -우리의 기대보다 빠를 수도 늦을 수도 있지만- 경험의 확장과 현실도피에 대한 갈망은, VR을 통해 상당부분이 만족될 시대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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