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철도·전력 등 민간투자 진행될 듯
■포스트 남북정상회담
지난 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예상보다 진전한 경제협력 내용까지 포함한 '판문점 선언문'이 나오면서 남북 경협 사업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재계의 참여 의지도 어느 때보다 높다. 내달로 예상되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이행 여부에 따라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대북 민간투자 확대 등 메가 경협 사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은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주목하며 남북 경협 재개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와 현대그룹은 현재 중단 상태인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비한 비상대응 체제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철도와 도로, 항공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서 협력이 이뤄지면 경협 물살은 급격히 확산할 가능성이 나온다. 만약 TKR(한반도종단철도)과 TSR(시베리아횡단철도), TCR(중국횡단철도)를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가 완성되면 한반도가 동북아의 물류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항공과 해운 역시 북한을 거쳐 가는 경로가 개방되면 운송 경로가 빨라지게 된다.
부족한 전력 인프라 역시 경협 대상으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북한은 외화 부족과 국제사회의 대북 원유 공급 제한 등의 조치로 석유발전은 제자리인 대신 노후화한 석탄발전 비율이 늘고 있다.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LS전선·산전 등의 관련 사업 진출이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21개 경제특구·개발구를 중심으로 풍부한 지하자원과 저렴한 인건비, 유라시아 대륙 진출에 유리한 물류 여건 등을 활용할 경우, 우리 기업들에 커다란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지난 노무현 정부의 10.4 선언 당시 해주와 개성·파주·인천·강화를 잇는 서해공동경제특별구역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북한에는 석회석, 마그네사이트, 철광석, 무연탄, 금 등 42개 광종에 이르고 이들 광물의 잠재가치는 300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올 가을 문 대통령의 북한 방문 때 과거 2007년 정상회담 당시처럼 재벌 그룹 총수들이 대거 동행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2007년에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했다.
그룹별로는 SK·LG그룹의 경우 통신과 태양광, 전자, 석유화학 분야, 현대중공업과 GS, LS, 효성 등은 전력 인프라 등에서의 협력 가능성이 점쳐진다. 삼성의 경우 오너 리스크 해소를 전제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포스코와 KT 등도 북한 진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상이다.
그러나 재계 인사들은 전제 조건으로 미북 정상회담 후 실질적 비핵화 후속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모 대기업 임원은 "이번 회담으로 종전 선언이 나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사라질 것"이라면서도 "경협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풀리는 시점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섣불리 예단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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