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원 카메라 들고 인기 아이돌 ‘찰칵’… ‘홈마족’의 세계

수백만원 카메라 들고 인기아이돌 '찰칵'
프리미엄 제품 시장 새 소비자군 급부상
녹화장 셔터 소리로 아수라장
데이터 뭉치 트위터서 거래도
"아이돌 팬사인회땐 재고 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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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원 카메라 들고 인기 아이돌 ‘찰칵’… ‘홈마족’의 세계
지난 20일 새벽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뮤직뱅크' 촬영 현장에서 이른바 연예인 사진만 전문으로 찍어 유통하는 '홈마'(홈페이지 마스터)들이 전문가용 망원렌즈를 장착한 고급 카메라로 스타 연예인을 찍고 있다.


20일 새벽 5시 30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TV 공개홀 앞. 성인 무릎까지 오는 사다리, 카메라 가방, 의자 등 촬영 장비를 짊어진 수 백 명의 사람들이 울타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이들은 흔히 부르는 아이돌 팬이 아니다. '홈마'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자신이 찍은 스타 연예인 사진으로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홈페이지 마스터'를 줄인 말이다. 이들의 이야기 소리로 새벽녘 길거리가 왁자지껄했다.

공연장, 방송국 녹화현장, 공항 출입국 현장 등 요즘 스타들이 출몰하는 곳엔 '홈마'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특히 KBS 뮤직뱅크를 촬영하는 금요일은 전국 홈마들이 총집합한다. 다른 방송국 녹화현장과 달리 아이돌이 녹화 스튜디오로 들어가는 통로가 공개돼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 출근길 사진'을 찍기 위한 자리다. 사진 기자 옆자리인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이들은 며칠 밤을 길거리에서 보낸다. 이날 녹화 현장에서 만난 대학 휴학생 이모 씨(20대 후반)은 "목요일 낮에 사다리로 자리를 맡아놓고, 금요일 새벽 2~3시에 와서 줄을 선다"고 말했다. 10명씩 교대로 3일간 기다리는 이들도 있다. 여의도에 직장이 있는 홈마 심모 씨(30)는 "좋아하는 가수 사진을 찍고 출근한다"고 말했다.

이윽고 녹화장에 아이돌이 도착했다. 홈마들은 "OO아!", "사진 찍고 가!"를 외치면서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현장은 온통 셔터 소리로 넘쳐난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카메라 장비는 결코 저렴한 게 아니다. 카메라 애호가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고급 망원렌즈인 캐논의 'EF 70-200mm F2.8L IS II USM'(일명 새아빠 렌즈), 캐논 'EF 100-400mm F4.5-5.6L IS II USM'(일명 백사투 렌즈)를 대부분 장착하고 있었다. 또 카메라 본체는 300만~600만원대의 캐논 1DX, 5D 마크 Ⅲ, 5D 마크Ⅳ 등이 주를 이뤘다.

인기 아이돌 NCT가 등장하자 '밀지 마', '새치기하지 마' 고성과 함께 프레스 존 진입을 시도하는 홈마들과 안전요원의 밀고 당기기로 현장은 한바탕 아수라장이 된다.

아이돌 팬은 홈마가 찍은 사진 뭉치를 '데이터'라고 부른다. 스타들의 출근길이 마무리되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옮겨 결과물을 확인한다. 그들은 데이터를 대부분 트위터에서 유통한다. 트위터 검색창에 '데이터 팝니다'를 검색하면, 이들이 찍은 사진들과 각 사진별 카메라 기종이 검색된다. 사진의 가치는 가수 인기나 홈마가 들인 비용에 따라 달라진다. 원하는 스타 사진을 찍고 싶어 홈마 활동을 시작했다는 한 여성은 "인기 많은 아이돌의 해외 공연 사진, 사진 촬영이 금지된 장소에서 찍은 사진 뭉치는 최대 20만~30만원까지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순수하게 사진을 소장하고 즐기기 위해 사진을 찍는 이들이 있고, 데이터 파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이들이 반반 섞여 있다"고 말했다.

카메라 업계는 아직 정확한 국내 홈마족 숫자를 추정하진 못하지만, 이들이 고급 카메라 제품의 새로운 구매자층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홈마를 새롭게 떠오르는 소비자군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 프로그램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돌 팬 사이에서 고급 사진을 소장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늘어나면서, 카메라 렌털 업체들도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서울 합정동의 카메라 렌털숍 '스타렌탈' 관계자는 "전체 카메라 대여 비율 중 절반 이상이 아이돌 촬영으로 쓰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기 아이돌의 콘서트나 팬사인회가 열리는 날이면 4K 캠코더,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 망원렌즈, 삼각대, 모노포드 등 진열된 제품 재고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stro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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