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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댓글 실명제`가 주는 교훈

황재훈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 

입력: 2018-04-16 18:00
[2018년 04월 17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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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댓글 실명제`가 주는 교훈
황재훈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


12년 전인 2006년 12월 22일, 인터넷 게시판 및 댓글 실명제를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찬반 논란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듬해인 2007년 1월부터 하루 평균 이용자 수 30만명 이상의 사이트를 대상으로 인터넷 실명제가 시행됐으며, 2009년에 '이용자 수 10만명 이상'으로 기준이 바뀌면서 주요 사이트가 대부분 규제를 받게 됐다.

실명제가 도입된 이후, 이에 반발하며 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2008년 4월과 2009년 2월에 헌법소원이 제기됐으며, 2010년 1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이끌어 낸 결정적 계기가 됐던 것은 2011년 7월에 발생한 SK커뮤니케이션즈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였다. 당시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네이트와 싸이월드 회원 3500만 명의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해 아이디, 이름, 비밀번호,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주민등록제도의 근간이 무너졌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두 달 뒤에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SK커뮤니케이션즈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 인터넷 실명제가 지목됐다. "정부가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의지와 책임감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국회의원에게 질타를 받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실명제를 재검토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이듬해인 2012년 8월23일,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를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44조의 5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을 선고했다. 실명제가 도입된 지 5년 만의 일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본인확인제는 (중략) 모든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확인정보를 수집하여 장기간 보관하도록 함으로써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에 놓이게 하고 다른 목적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며, 수사편의 등에 치우쳐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와 같이 취급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유출 관련 피해자가 예상보다 많은 최대 8700만 명에 이른다고 밝히면서, 이용자 정보 유출 사태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제3의 앱 개발사에 의해 20억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가입자 개인정보가 악용됐을 가능성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상 최대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와중에도, 정치권 등에선 해외에서조차 전례가 없는 댓글 실명제를 재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명제를 부활시키겠다는 명분은 12년 전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제도의 정책적 효과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무게가 실렸다는 점도 비슷하다. 관련 법안 발의 등을 지켜보며 데자뷰(기시감)가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댓글 실명제가 다시 도입될 경우,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커다란 사회적, 경제적 비용에 대해선 이렇다 할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원인이 개인정보의 수집과 사용을 강제하는 실명제에 있다는 교훈을 돌이켜 보려는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억하지 않는 한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한다. 35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정치권과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폐지 수순을 밟은 실명제의 '추억'을 다시 한번 돌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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