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4차 산업혁명 지나친 환상 버려야

계세경 NH농협손해보험 IT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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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0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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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4차 산업혁명 지나친 환상 버려야
계세경 NH농협손해보험 IT본부장

2016년 1월에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포럼의 핵심 주제로 삼으면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은 그해 전 세계의 주목을 끌었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 사건을 기폭제로 세간의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많은 언론은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들에 관한 장밋빛 전망 기사들을 쏟아내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과 기존 시스템의 파괴로 산업 전반에 걸쳐 거대한 변화가 혁명적으로 급격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치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이 엄청난 것이고 현재를 근본적으로 급격히 바꾸어 버릴 것처럼 세상이 떠들고 있는데 과연 그럴까? 우리는 지금까지 1, 2, 3차 산업혁명에 따른 변화가 수십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져 왔고, 새로운 혁명적 기술이 출현해 경제적 부가가치를 인정받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기술적 진화를 거쳐 왔으며, 그에 따른 경제·산업구조의 변화도 점진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역사적 경험과 교훈을 지나치게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주도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현재의 인공지능은 새로운 산업혁명을 촉발할 만큼 성숙한 기술일까? 최근 인공지능 기반 음성·화상인식, 통·번역 분야 등에서 많은 실용적 성과도 내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 개념이 출현한 이래 최근까지 약 60년에 걸쳐 두 번의 붐과 두 번의 침체기를 겪으며 현재의 기술수준에 이른 점을 감안할 때 아직 본격적으로 상용화하기에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기술과제들이 많다. 2017년 한 시중은행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인공지능에 대한 금융업의 기대와 현실' 보고서에 따르면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이 금융권에도 로보어드바이저, 챗봇 등의 형태로 도입되고 있지만 아직 기술적 한계가 있으며, 낙관적인 전망은 금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세간의 이슈인 가상화폐의 근간기술인 블록체인은 어떠한가?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성공적인 적용사례라고 말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처음 고안한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 P2P(Peer To Peer) 전자화폐 시스템'이라는 논문에서 비트코인을 전적으로 거래 당사자 사이에서만 오가는 전자화폐로 정의했다. 그러나 현실은 가상화폐거래소라는 중계자를 통해 가상화폐 거래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블록체인 기술의 기본구상인 P2P 네트워크를 이용해 중앙은행 같은 화폐 발행주체나 시중은행 같은 신뢰 중개자 없이도 가치의 교환 또는 신뢰 거래가 가능하게 하겠다는 블록체인 기본 사상에 정면 배치되는 사항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현 수준 및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2017년 가트너가 발표한 최신 기술에 대한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 모형 자료에 의하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들 대부분이 아직 성숙되지 않은 거품기에 위치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이프 사이클은 기술의 신개념이 출현했을 경우 그 기술을 받아들이는 시장에서 어떠한 형태로 전개될 것인가를 설명하는 모델이다. 하이프 사이클 모형에 따르면 새로운 기술은 사람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태동기를 거쳐 많은 대중들의 이목을 끌게 되고 사람들의 기대를 최고조로 끌어 올리는 거품기에 이르게 된다. 거품기에는 부풀려진 기대로 시장에 알려지게 되어 다수의 실패 사례가 양산되는 시기이며, 그 후 대중의 관심이 쇠퇴하고 시장의 반응이 급랭하는 거품제거기, 기술의 가능성을 알게 된 기업들의 지속적인 투자와 개선으로 기술의 성공모델에 대한 이해가 증가하기 시작하는 재조명기를 거쳐 기술이 시장에서 자리 잡게 되는 안정기에 이르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주요 기술들은 10년~50년 이상의 기술발전 진화 역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거품기에 위치하고 있는 성숙되지 않은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거품기에 위치한 기술이 상용화되어 안정화하는데 짧게는 수년, 길게는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분명 4차 산업혁명은 산업 및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와 혁신을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되지만 해결해야 할 수많은 기술적 문제들이 그리 녹록치는 않다. 무분별한 투자낭비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주요 기술에 대한 기술성숙도 및 해결과제, 산업별 현재 적용 수준 및 상용화 로드맵 전망 등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들에 대해 지나치게 간과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는 균형적 시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나가는 현명한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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