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디지털 경제시대의 함정

고대진 IBK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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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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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전망] 디지털 경제시대의 함정
고대진 IBK경제연구소장
경제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오프라인에서 O2O로, 네트워크에서 플랫폼으로, 웹에서 앱으로, B2C에서 C2B로의 이동이다. 이는 기존 관성에 대한 파괴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아날로그 프레임으로 변화를 측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저성장이 나쁜 걸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매 정부마다 1%내외로 감소해 최근에는 2%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이 기간동안 우리나라 GDP는 2007년 9700억 달러에서 작년말 1만5297억 달러로 58%가량 늘었다.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을 제외하고 이 정도 성장을 저성장이라 할 수 있을까? 국내총생산은 늘었지만 절대규모가 커지면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은 성장의 수렴효과(catch-up effect)다. 즉 자본의 한계생산력이 체감하는 것으로 자본축적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도 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일본은 작년 1.6% 성장했지만 1인당 3만8000달러의 삶을 구가하고 있다.

한미간 금리역전이 걱정된다? 한미간 금리역전에 대한 우려가 많다. 자금유출 우려가 그 중 제일 크다. 그러나 너무 소심한 우려다. 외화자금은 FDI, 주식시장, 채권시장, 외화자금시장의 경로로 유입된다. 자금유출과 관련해 FDI는 금리역전과 무관하며 주식·채권시장은 금리보다 국가별 포트폴리오 투자에 기반한다. 외화자금시장이 문제지만 금리역전은 환율과 조달코스트에 즉각 반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환율안정은 한국의 펀더멘탈이 견고하다는 증거다. 따라서 자금유출은 금리변동보다 경제 펀더멘탈의 악화나 북핵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BREXIT가 터졌을 때 영국 포지션은 줄이고 한국으로의 자금유입이 늘어난 현상과 같다. 단지 금리역전 때문이라면 제로금리 국가인 스웨덴이나 일본에서 왜 자금유출이 생기지 않는가. 또한 우리의 국가신용등급은 전세계 톱10에 들어간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한국의 자신감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사라진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는 것이다. 토지와 노동에 대한 코스트가 증가하면 기업은 당연히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무인화를 추진할 것이다. 이때 사라지는 인력은 일시적 실업이지만 펀더멘탈이 풍부하다면 인력은 이동하게 된다. 아마존의 총고용자수는 제주도 인구의 80%인 54만명이다. 이들이 하늘에서 떨어진 걸까? 아니다. 어디선가 이동해 온 것이다. 앞으로 일자리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저개발국가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할 것이다.
중소기업은 매년 어렵기만 할까? 실제 산업과 기업, 수출의 양극화로 인해 우리 중소기업들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더군다나 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글로벌 경기회복에서 소외된 중소기업에게 가장 힘든 과제다. 하지만 방법이 있다. 바로 스마트화다. 생산과 공정, 관리, 수율 등을 스마트화하면 지금의 어려움은 극복 가능하다. 문제는 여건이다. 2017년 중기부의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도입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도입을 제외하더라도 도입기업의 76.4%가 아직 기초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초단계는 생산정보만 겨우 디지털화 되어 있거나 제품의 생산이력을 관리하는 수준이다. 또한 2017년 과기부에서 조사한 중소기업의 IT활용지수를 보면 37.7%만이 신사업 창출 및 전략적 관리를 위한 경영 목적으로 IT를 활용하고 있다. 즉 우리 중소기업들은 최소한 자동화와 ICT화가 되어 있어야 스마트화로 넘어갈 수 있는데 대부분 특히 전통 제조업들은 ICT화도 안돼 있는 상태다. 여기에 최고도화 단계인 IoT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네트워킹, CPS와 AI를 이용한 생산제어를 역설하면 조금 공허하지 않을까? 정부의 좀 더 과감한 지원과 투자가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코인경제시대(Coin-Economy)가 오면 어떻게 될까? 본원통화인 현금은 은행에 쌓이고 신용카드와 같은 전자화폐마저 가상화폐가 대신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는 중앙은행은 물론 일반은행마저 패싱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주식 한 주가 중요했던 자본주의에서 코인 한 개가 중요한 성과주의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자본주의는 기여도가 없어도 자본의 대가로 주식만 쥐고 있으면 성과를 받아간다. 그러나 코인시대에는 기여도가 있는 자만이 성과를 가져갈 수 있다. 시대 변화가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적응하느냐 살아 남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이다. 점점 복잡해지는 국내외 변화에 연연할 게 아니라 그 뒤에 흐르는 도도한 흐름을 통찰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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