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다시 인문학에 길을 묻다

엄치용,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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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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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다시 인문학에 길을 묻다
엄치용,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


한 때 인문학이 유행처럼 한국사회를 휩쓴 적이 있었다. 경제논리로 황폐화된 아픈 사회를 치유할 묘법인 듯 대학 강단에서부터 방송, 신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인문학에 길을 묻고 다녔다. 서점가에선 인문학 관련 서적이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현재 외국의 많은 학부중심대학 대부분이 문리대(Arts & Sciences 혹은 Humanity & Sciences)를 운영하고 있고,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미국의 연구중심대학 역시 리버럴 아트(Liberal Arts)라 불리는 문리교육에 대한 열정 또한 대단하다. 우리나라도 한 때는 인문과 자연계를 포괄하는 문리대학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현존하는 문리대학을 찾긴 매우 어렵다.

문리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인간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인지능력과 폭 넓은 사고력을 익히며 사람과 소통하고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배운다. 이를 위한 문리교육은 언어학, 역사학, 고고학, 철학, 수학과 생물학, 그리고 천문학이 한데 어울려 구성된다.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모이는 미국 MIT대학은 학생 선발 시 수학과 사회(Social Study) 과목의 성적을 매우 중요시 한다. 과학, 기술, 혁신이 보다 나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쓰이기 위해서는 문리교육이 올바른 철학적 사유를 제공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프린스턴대학은 개인과 사회를 동시에 윤택하게 만들 가장 근간이 되는 교육을 과학기술이 아닌 문리교육이라 본다. 미학 및 건축학과 교수가 함께 하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건축의 아름다움과 과학 설계를 함께 배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자연과학간, 공학간, 혹은 이 둘의 융합이 보편적 대세이지 여기에 인문학이 끼어들 여지는 거의 없다.

인문학은 상상력을 키우고, 상상력은 창의력의 뿌리가 된다. 목성탐사선 주노는 5년간 28억 킬로미터를 비행해 목성궤도에 도달했다. 목성은 주피터이고, 주피터는 제우스의 다른 이름이다. 주노는 제우스의 부인인 헤라다. 주노의 여정은 부인이 남편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고, 그리스로마 신화가 과학과 만난 현장이다.

우리 정부는 국민총소득 대비 5% 이상 되는 국가연구비를 투자하고도 노벨상이 왜 나오지 않는지에 조바심을 낸다. 창의적 연구보다는 뒤쫓는 연구를 했고, 사람을 키우지 않은 결과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결여된 교육을 한 결과다. 인문학이 결여된 과학과 공학에만 기형적으로 투자한 결과다. 이제 우리도 다시금 개인과 사회를 풍요롭게 할 교육방식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크리스토퍼 현 프린스턴 대학 총장의 말은 되새겨 볼 만하다. "난 물리학을 공부했지만 내 지적 삶의 대부분을 만들어 주었던 수업은 헌법, 정치이론 그리고 비교문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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