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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레이더]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주거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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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부동산 레이더]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주거복지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영화를 좋아해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소소한 취미 중의 하나로 가끔 혼자 영화관을 찾는다. 지난해 좋은 영화가 없나 찾아보다가 '나, 다니엘 블레이크(I, Daniel Blake)'라는 제목의 영화가 눈길을 끌었다. 어떤 영화제에서 최고의 상을 탔다는 광고보다 더 마음을 끈 것은 화려하지도, 유명하지도 않은 주연 배우의 모습과 '나, 다니엘 블레이크'라는 주체의식이 강하게 드러나는 제목이었다.

깐깐하지만 일평생을 목수로 성실하게 살아왔던 다니엘 블레이크는 심장병의 발병으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다. 이에 정부가 지원하는 질병수당을 신청하고자 하나 담당자의 터무니없는 면담 태도로 신청은 기각된다. 이후 항고기일이 잡히지 않아 기약을 알 수 없는 기다림 속에서 그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가구를 팔아 생활비를 마련하며 버티어 나간다. 그 와중에도 그는 두 아이를 가진 미혼모를 도우며 희망을 잃지 말라고 독려한다. 상황이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다니엘은 이렇게 얘기한다. "자존심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요…"

영화는 초로의 노인에게도 컴퓨터 활용이 강요되고, 한 번의 전화 통화를 위해서는 기계음을 들으며 몇 시간씩 대기해야 하고, 행정처리 절차가 뒤죽박죽됐어도 항의 한 번 하지 못하는 상황들을 보여줌으로써 영국의 서민 지원 시스템이 얼마나 관료적이며 행정 편의주의적 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모순된 제도들로 인해 사람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을 수 있는지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지난해 5월 '사람 중심의 경제'를 표방한 새 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도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제도들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부문에서도 지난해 11월 29일 주거약자를 지원하기 위한 핵심 정책으로 '주거복지로드맵'이 발표됐다. 여기에는 임대료가 저렴한 영구임대, 매입임대주택을 사회취약계층에 우선 공급하고, 신혼부부의 주거를 지원하며, 주거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주거급여를 확대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전문가 자문회의와 사회단체를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실시했으며, 대국민 주거복지 토크콘서트를 개최하고, 페이스북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등 다양한 활용을 벌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멋진 제목과 좋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주거복지 로드맵의 구체적인 내용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거의 모든 언론들은 연일 강남 4구의 집값 변동만을 열을 내어 보도하고, 국민을 대변한다는 국회에서조차도 재건축 정책에 따른 집값의 변동에 대해서만 갑론을박하고 있을 뿐 서민 주거정책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과연 현재 정부가 추진한다는 서민 주거 정책은 적정한지, 탁상 정책에 따른 전시행정에만 그치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 보고 점검해 보았다는 내용의 기사는 한 줄도 찾아볼 수가 없다.

IT 강국인 우리나라의 저소득 고령자들은 영화 속 다니엘 블레이크와는 달리 페이스북과 홈페이지를 통해 얼마나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자신의 의견을 얼마나 잘 개진할 수 있을까, 장애인들은 주거 복지 콘서트에 참여해 얼마나 자신들의 애로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은 진정으로 사회취약 계층의 주거 애로사항을 세세하게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일까. 현재 사회취약계층 선정을 위한 점수제는 다니엘 블레이크처럼 심장병에도 불구하고 15점 만점에 12점으로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는 없는 것인가. 만약 있다면 구제할 수 있는 절차는 있을까. 분양이 전환되는 시점에서 가격이 터무니없이 올라가는 분양 전환 임대주택은 과연 서민층 신혼부부를 위한 것인가.

새 정부 출범이후 사회 곳곳에서 기대의 목소리가 높다. 기대가 높다는 것은 실망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이왕에 서민을 위해 하는 것이라면 제대로 잘해보자. 그래야 조세부담의 증가로 자칫 늘어났을지도 모르는 중산층의 볼멘소리를 박수와 지지로 바꿀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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