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MRO사업, 숙련정비사 확보가 관건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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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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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MRO사업, 숙련정비사 확보가 관건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항공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기회가 풍부한 글로벌 산업이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지역이 글로벌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잠재수요가 풍부한 중동과 남미, 아프리카 지역도 도약기를 앞두고 있다. ICAO를 비롯한 전문 기관들마다 세계시장의 전망을 GDP 성장률의 두 배 넘게 낙관한다. 보잉사와 에어버스사가 양분하는 시장에서 중국과 일본, 브라질 등이 민항기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의 항공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사드 보복의 직격탄에도 항공업계는 올해 사상 최대의 영업실적을 기록할 것이다. 한중노선의 여객은 40% 넘게 줄었지만 일본과 동남아지역에 신규노선을 개설하면서 전체 여객 수는 오히려 1.4%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국제노선에서 여객 15위, 화물 4위로 외형적으로는 세계 7위의 국가다.

그런데 글로벌 시장의 고수요·저수익 구조로 인해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실익을 충분히 챙기고 있을까? 영업 마진과 수요가 안정된 시장은 따로 있다. 항공기로부터 파생되는 초과이윤을 향유하는 항공정비(MRO)사업이다. 항공기 정비는 완제기 시장규모의 절반에 달하는 알짜 시장이다. 그러나 자체 정비능력이 없는 우리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외국의 정비업체에 막대한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국토부는 최근 사천시 KAI를 MRO 전문업체로 선정했다. 그동안 국토부의 좌고우면으로 표류하던 후보지가 마침내 결정된 것이다. 2010년 관련 부처가 공동으로 마련한 항공산업발전기본계획(2010∼2019년)을 통해 MRO 산업 육성정책이 발표된 지 8년만이다. 늦었지만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번 MRO 단지의 결정으로 연간 2조9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MRO시장에서 실익을 챙길 기회가 왔다. 현재 싱가포르나 중국 등으로 나가고 있는 민간항공기 정비가 국내 수요로 전환되면 당장 항공업계는 연간 44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국토부가 밝혔다. 사업 당사자인 KAI는 항공기 정비 수행 직접인력, 여기에 파생되는 항공부품, 소재, 가공 협력업체 등을 모두 합치면 향후 10년간 약 2만 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낙관하고 있다. 항공우주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고 있는 사천시의 지역 경제에 활력이 더해질 것이다.

항공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MRO 사업. 성공의 조건은 무엇일까? 정부의 인프라 구축정책과 사업자의 경영능력, 국내외의 잠재적 수요와 원가 우위 등의 조건이 맞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노동집약적 산업특성을 감안하면 국제적으로 인증된 고급의 정비사 확보가 출발점이다. 이미 우리보다 앞서 무섭게 커가는 아시아 국가들의 정비업체들과의 경쟁우위 확보가 성패의 관건이다. 항공업계의 현장에서 확인되는 몇 가지 사업의 규제를 푸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동안 정부의 규제로 인해 심각한 부족을 겪고 있는 핵심 정비인력의 국내 유입을 막고 있는 걸림돌은 무엇인가.

첫째, 중정비 경험이 있는 외국인 정비사를 업계로 흡수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항공기의 해체와 분해, 개조를 담당할 고급인력이 MRO 사업의 기본요소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하면 MRO의 핵심인 구성품과 중정비를 경험한 숙련된 정비사가 국내 업계에는 사실상 전무하다. 한시적으로 해외의 관리자급의 정비사를 채용해 자체 정비기술을 축적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한 이유다.

둘째, 외국인 정비사의 시험제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조종사들이 영어시험을 통해 국내자격으로 변경하는 것처럼 외국인 항공정비사들을 위해 교통안전공단은 한국어가 아닌 영어시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동안 외국인 정비사의 고용을 희망해 온 국내 업계들의 요구는 늘 있었지만 국토부는 국내 항공종사자의 일자리 보호 명분으로 규제를 지속하고 있다. 외국인 정비사 고용을 사실상 막고 있는 것이다.

셋째, 장기적으로 중정비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훈련과정을 개발하고 해외 MRO 정비업체를 통해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국제인증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그동안 자체 정비능력이 없는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은 민간자본과 공동투자로 수백억 원을 들여 인천 공항지역에 MRO 전문기업인 샤프테크닉스를 설립, 시설까지 완비했지만 숙련정비사의 미비로 정비조직인증을 받지 못해 지금도 개점휴업 중이다.

끝으로 외국인 조종사와 정비사 고용에 대해 국토부가 항공사마다 지정해주고 있는 채용비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명확한 기준 없이 업계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선심 쓰듯 허가하는 국토부의 관행은 과도한 규제다. 항공의 안전을 확보하고 새로운 산업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은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숙련 조종사나 정비사의 일자리 보호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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