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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638) 급전지시와 수요감축요청

비상시 조업중단 등 기업 전력소비 감축
8차 계획서 수요목표 3GW 줄여 잦아져 

입력: 2018-02-07 18:00
[2018년 02월 08일자 9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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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638) 급전지시와 수요감축요청

부쩍 잦아진 '급전지시'가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16년까지 2년 동안 고작 3회가 발령됐던 급전지시가 새 정부 들어서 부쩍 잦아진 것은 사실이다. 작년 7월의 2회를 포함해서 전력 수요가 사상 최대인 88.26GW를 기록했던 지난 6일까지 무려 11회나 발령됐다. 2011년 전력대란 이후의 지속적인 투자 덕분에 전력수급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급전지시가 수요 감축을 위한 일상적인 노력이라는 산업부의 변명은 옹색한 것이던 셈이다.

'급전'(急電)지시는 2014년 11월에 처음 도입된 제도다. 순환정전이나 대정전(블랙아웃)이 걱정될 정도로 예비율이 떨어질 때를 대비한 비상대책이다. 미리 계약을 체결한 기업들이 1시간 전에 통보를 해주면 자발적인 조업 중단 등의 방법으로 전력 소비 감축에 기여한다. 일부 기업의 협조로 많은 소비자들의 혼란과 불편을 덜어줄 수 있는 좋은 제도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급전지시에 참여하는 기업들에게 계약 용량에 비례하는 보상과 실제 전력소비 감축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간 2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고, 급전지시가 잦아지면 보상비용도 늘어난다. 현재 3580개의 기업이 최대 427만㎾(원전 4기)의 급전지시에 참여하고 있다. 기업이 전기를 쓰지도 않으면서 보상을 받는다고 샘을 낼 이유는 없다. 조업 중단으로 발생하는 비용과 손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비상 대책인 급전(急電)지시는 발전소·송전소에게 전력 공급을 지시하는 전력거래소의 일상적인 '급전(給電)지시'와 전혀 다른 것이다. 산업부가 지시의 대상과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제도에 굳이 한자를 써야만 구별이 가능한 이름을 붙였던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산업부가 강조하는 '수요감축요청'은 작년 12월 29일에 전력거래소의 '전력시장운영규칙'을 개정해서 도입한 급전(急電)지시의 새로운 이름이다. 기왕이면 비상 대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비상절전요청' 정도로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올 들어 수요감축요청이 부쩍 잦아진 이유를 단순히 북극한파 탓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산업부가 수요감축요청의 기준이 되는 '수요전망'을 85.2GW로 무리하게 낮춰버린 탓도 무시할 수 없다. 수요전망을 7차 기본계획의 88.2GW로 유지했더라면 수요감축요청을 발령할 이유가 없었을 수도 있다.

8차 기본계획에서 수요목표를 3GW(원전 3기)나 줄여버린 것은 합리적 선택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2016년 8월의 전력수요가 이미 85.18GW기록했었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했다. 2022년부터 2030년까지의 GDP 성장률을 2.6~1.8%로 낮춰 잡은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제성장에 꼭 필요한 전력 공급 확대가 어렵다고 해서 경제성장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태양광과 풍력 분야의 전문가와 기업들을 위해 모든 국민을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들겠다는 정책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산업부가 수요감축요청을 수요관리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정상적인 수요관리는 전력소비 효율의 향상을 통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전력 소비를 분산시켜 전력 수요를 줄이는 노력을 말한다. 전력 수급의 일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공장 조업을 억지로 중단시키는 것은 정상적인 수요관리가 될 수 없다.

전력 소비의 효율 향상을 유도하기 위한 '수요자원'(DR)시장에 대한 산업부의 인식도 절망적이다. DR시장 육성 하려면 탄소배출권거래제도에서처럼 기업별 '전력사용권'을 설정해야 한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감축한 전력사용권을 다른 기업에 매각해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DR시장의 원리다. 수요감축요청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DR시장'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일이다.

주간의 전력 수요를 야간으로 분산시키는 심야전기 제도가 가장 현실적인 수요관리 방안이다. LED와 같은 첨단 기술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미래의 기술을 핑계로 현재의 기술을 포기하겠다는 8차 기본계획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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