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학희 한국무역협회 이비즈지원본부장
![[DT광장] 초원을 달리는 `가젤`이 보고 싶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02/2018020602102351781001[1].jpg "[DT광장] 초원을 달리는 `가젤`이 보고 싶다")
미국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버치가 1979년 '일자리 창출과정(The Job Generation Process)'이라는 저서에서 그런 기업을 '가젤기업'으로 부른 데서 유래했다. 그는 4년마다 매출을 2배로 늘리는 고성장 기업을 '가젤'로 정의했다. 그의 추산에 따르면 이들 가젤기업은 미국 전체 기업의 4%에 불과하지만 새로운 일자리의 70%를 만들었다.
최근 일자리가 화두다. 청년들의 현실을 감안하면 일자리는 단순히 일자리 자체의 문제를 넘어 인구구조의 변화와 맞물린 국가적 현안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오는 2021년까지 베이비부머의 자녀세대인 20대 후반의 소위 에코붐 세대 39만명이 급속히 노동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기계화, 로봇화, 온라인화로 일자리 급감이 우려되는 가운데 일자리를 일정 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은 고속 성장하는 기업이 얼마나 많은가에 달려 있다. 그런데 내수시장 규모가 중국이나 미국처럼 크지 않은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그 답은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 여기서 수출기업으로 눈을 돌려보자. 지난해 우리 수출은 5737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기업은 대략 9만5000개였다. 이중 중소기업의 비중을 보면 기업체 수로는 96.4%인데 반해 수출실적은 977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17%에 그쳤다.
가젤기업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벤처기업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벤처기업의 지난해 수출은 198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3%에 지나지 않았다. 벤처기업 수출이 2016년 비해 9.9% 늘기는 했지만 전체 수출 증가율 15.8%에 미치지 못했다. 보다 많은 가젤들로 하여금 푸른 초원을 뛰게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역협회는 오래 전부터 보다 많은 가젤들이 글로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우수 중소기업의 해외 마케팅을 지원하는 B2B 플랫폼 '트레이드코리아(tradeKorea)'를 출범시킨 지 올해로 10년째다. 온라인 해외직판을 통해 수출을 지원하는 B2C 플랫폼 'Kmall24'를 런칭해 4년째를 맞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성공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옥수수 전분을 발효시켜 생분해가 가능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수세미를 미국에 수출한 H사, 해외거래 경험이 없어 어쩔줄 모르다가 무역협회 매칭팀의 도움으로 호주 내 5성급 호텔과 레스토랑에 상업용 주방설비를 공급하는 멜버른의 바이어에게 납품하는데 성공하면서 수출에 눈 뜬 I사, 카자흐스탄의 박물관에서 발주한 유물보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산업용 동결 건조기를 수입해야 했던 터키 바이어에게 건조기를 공급한 또 다른 I사 등 많은 가젤들의 활약상을 보면서 그들의 성공 가능성을 늘 현장에서 확인하고 있다.
얼마 전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 점검회의에서 대통령이 구체적인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고 장관들을 질책했다고 한다. 고성장 기업이 어떤 특성을 갖고 어떻게 성장하고 있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일자리가 몇 개이고 새롭게 만들어진 일자리는 얼마나 지속되고 있는지 같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하면, 정부의 한정된 중소기업 지원재원과 각종 기관들의 지원역량도 보다 효율적으로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수출 확대는 물론 현 정부의 고민이자 국가적 과제인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 보다 많은 가젤들이 푸른 초원을 마음껏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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