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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소득주도 성장, 산업 경쟁력부터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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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소득주도 성장, 산업 경쟁력부터 키워야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세월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는 것 같다. 우리나라 전 국토를 뒤흔들었던 촛불의 힘으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또 해가 바뀌었다. 새 정부가 단순히 희망을 이야기하던 시절은 지났으며, 이제 정책의 성과를 가지고 평가를 받아야 할 시점이다. 지난 촛불혁명의 최대과제 중의 하나는 적폐청산이었으며, 이러한 적폐청산의 열매는 우리경제와 사회의 효율성 회복을 통해, 우리국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의 개선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점을 새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우려되는 바는, 새해 들어 구체적인 성과창출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새 정부가 엉뚱한 방법으로 구태의연한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전략에 의존하는 듯한 모습이다. 당장 청년일자리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접근이 심하게 걱정스럽다. 물론 취업절벽에 내몰려서 꿈도 희망도, 모든 것을 포기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청년들의 절망을 최소화하고, 늘어나는 사회한계계층의 보호를 위해 정부가 다양한 정책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지난 10여년의 보수정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노력이어서 반갑고 기대도 크다. 그러나 청년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약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선택하는 구체적인 정책수단들은, 경제학 교과서에서 '해서는 안 되는 비효율적인 정책'이라고 가르치는 방법들만 골라서 수행하는 듯하다.

새 정부의 정책접근에 있어서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경제정책 및 산업정책과 복지정책을 구분하지 못하고, 복지정책으로서의 경제정책 및 산업정책을 시도해, 다양한 형태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현 정부의 중소기업정책과 일자리창출정책, 그리고 최저임금정책이다. 먼저 저소득층과 한계계층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것은 정부의 고유한 의무이지 기업의 의무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정부의 의무는 납세능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해 OECD기준에 부합하는 누진세제를 적용해 조달되는 재원을 토대로,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실업자들까지 포함해 모든 국민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고유한 의무를, 정부가 포기하고, 기업에게 노동자들의 최저생계를 보장하도록 부담을 덧씌우는 행위는 정부가 스스로의 의무와 책임을 포기하는 무정부주의적인 행태다.

이처럼 모든 국민들의 최저생계를 보장해주는 사회복지정책이 정부의 고유한 의무이듯이, 경제 및 산업정책은 기업을 포함한 모든 경제주체들의 효율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산업정책으로서의 중소기업정책이, 기술적 잠재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발굴,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이기만 하면 무조건 '묻지마 지원'을 제공하는 중남미형 후진적 중소기업 정책기조를 계속 이어갈 경우,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미래는 없다.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인상정책 역시 저소득층의 최저생계를 보장해줘야 하는 정부의 고유한 의무를 기업에게 전가하는 비겁한 정책에 불과하다. 즉 최저임금을 받으며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실업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들이 최저생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이며, 이러한 작동하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하여 필요한 재원을, 납세능력을 갖춘 고소득자들에게 OECD기준에 부합하는 누진세제적용을 통해 마련하는 노력, 즉 부자증세 역시 정부의 의무다.

이러한 부자증세로 조성된 재원으로 작동하는 사회안전망 구축과 함께,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의 진정한 원천인 우리경제와 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산업정책노력을 배가하는 것이 청년실업해소와 노동약자를 보호하는 근본적인 해법이다. 현재와 같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들조차도 중국기업에 대하여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산업위기상황은 방치한 가운데, 엉뚱한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가장 본질적으로 노력해야 할, 작동하는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부자증세 정책노력은 선거를 의식하여 뒷전으로 미뤄놓고, 초단기 효과조차도 기대하기 힘든, 공공기관의 억지일자리 창출 등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에 계속 집착하는 것은 촛불민심이 용서하지 않을 또 다른 적폐에 해당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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