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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암호화폐, `교각살우` 만들자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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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시론] 암호화폐, `교각살우` 만들자는 건가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지난해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었다. 그것을 설치했다고 일자리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 당연히 대통령이 나서서 질책했다. 그러자 부총리가 '청년 일자리 대책본부'를 만든다고 했다.

빗썸은 서너 명으로 출발한 구멍가게 같은 회사였다. 그런데 작년 말 직원 수가 450여 명으로 증가했다. 더 나아가 금년에 추가로 400명을, 그것도 정규직으로 선발한다고 발표했다. 필자가 얼마 전 방문한 데일리금융그룹은 거래소 코인원과, 아이콘(ICON)이라는 암호화폐를 만든 더루프라는 회사를 거느린 기업이다. 직원 수는 300여 명. 여의도 최고수준의 금융센터 빌딩 두 층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금융산업이 세계 80위 수준으로 우간다에도 뒤진다며 후진성에 자조하던 때가 엊그제 같다. 물론 우간다 수준 보고서가 부정확하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선진화되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암호화폐 시장에서 청년들이 한국의 차세대 금융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릴 것 같다. 조짐이 좋다.

얼마 전 한국의 거래소 업비트는 하루 거래량 88억 달러로 1위에 올랐다. 그 뒤를 빗썸이 차지했다. 업비트가 하루 수수료로 대략 88억원을 벌었다. 지금은 상황이 약간 달라져 순위가 뒤로 밀렸지만 정부가 고추가루를 계속 뿌려대지 않는다면 언제고 1위를 탈환할 수 있다.

2017년 코인공개(ICO)를 통해 모금한 금액 2억5800만 달러로 한국의 HDAC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테조스가 2억3200만 달러를 모아압도적 1위라며 언론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다. 9월에는 미국에서 파일코인이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정에 따라 2억5700만달러를 모아 주목을 받았다. 마침내 한국 기업이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국내에서는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국기업이 ICO를 한 게 10곳이 넘는다. 아이콘은 암호화폐와 암호토큰을 통틀어 시가총액 33억 달러로 세계 15위에 올랐고, 토큰 순위로는 3위에 올랐다. 아이콘은 지난해 ICO를 통해 460억원을 모았다. 그런데 한국기업임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정부가 언제 철퇴를 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블록체인OS는 한국기업으로서 최초로 ICO를 성공시켰다. 블록체인OS의 보스코인은 ICO를 시작한 지 9분만에 6900 BTC를 모아 약 157억원에 상당하는 투자자금을 확보했다. 이후 한국에서 하이콘, 메디블록, 플러스코인, 엔퍼 등 10개의 암호화폐가 ICO를 했다. 지금도 ICO를 준비하고 있는 암호화폐가 많다.
1602년 네덜란드 동인도회가 최초로 주식을 선보이고 이후 기업공개(IPO)가 정착되는 데 400여 년이 걸렸다. 그런데 지금도 주식투자를 사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 불과 5년의 역사를 지닌 ICO는 오죽하랴. 굴뚝산업의 시대가 가고 4차산업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ICO가 새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공무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ICO라는 용어조차 모를 뿐만 아니라 암호화폐에는 비트코인만 있는 줄 안다.

지난해 하반기 비트코인 가격이 갑자기 치솟자 바다이야기 돌풍을 연상하며 덜컥 내놓은 대책이란 게 ICO 금지조치였다. 더 나아가 거래소를 폐쇄하는 특별법도 만들겠다고 했다. ICO 금지는 한국 청년들의 창업자금 마련 통로를 차단한다는 점에서 가장 심각하다. 청년들이 중소기업벤처부에 백서 들고 찾아가봐야 수백억 원의 개발자금을 지원해 주지 않는다. 수억 원도 받기 힘들다.ICO를 통해 거금이 모이고, 거래소를 통해 엄청난 수익이 생기자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신의 직장을 다니는 준공무원들도 신생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높은 연봉과 좋은 근무환경을 제공하는 꿈의 직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책당국은 그런 직장을 폐쇄하고 해외로 몰아내려 한다.

ICO를 준비하는 기업들은 스위스, 에스토니아, 지브롤터 등으로 나가 재단이나 회사를 만든다. 당연히 국부가 유출되고 양질의 일자리가 차단된다. 거래소를 폐쇄하면 빗썸 같은 경우 850여 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빗썸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정부가 하려는 강력한 규제가 이런 것이다. 더 나아가 금융산업의 디지털변환도 가로막는다.

어차피 동전도 없어지고 지폐도 사라질 날이 온다. 중앙은행이 암호화폐를 만들 날도 머지 않았다. 세상이 변해 새 시대에 적합한 암호화폐가 출현한 건데 정책당국은 한가하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할 수 있는지 따지고 있다. 비트코인이라도 제대로 이해했다면 겨우 고조선편을 읽은 정도에 불과한데 현대사를 재단하겠다고 나서면 곤란하다.

정부는 미국이나 일본을 보고 배워야 한다. 일본은 자금결제법을 고쳐 거래소를 등록하게 했다. 미국도 ICO를 IPO 수준으로 진행하도록 했다. 미국은 비트코인 선물거래도 허용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글로벌 시장의 암호화폐 가격을 잡으려 한다. 강남 집값도 잡지 못하면서. 약간의 규제는 필요하다. 그런데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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