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행 수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DT광장] PP 이대로 두면 고사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01/2018011802102351037001[1].jpg "[DT광장] PP 이대로 두면 고사한다")
일례로 PP가 방송콘텐츠 제공 대가로 플랫폼사업자(케이블, 위성, IPTV)로부터 받는 프로그램사용료는 전체 PP 콘텐츠 제작원가의 1/3 수준이다. '2016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PP는 콘텐츠 제작에 1조 5758억원을 투자하지만, 플랫폼 사업자는 PP 제작원가의 1/3 수준인 5200억원 정도를 프로그램 사용료로 지급하고 있다. 이처럼 낮은 프로그램사용료를 받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국내 유료방송의 ARPU(플랫폼사업자가 가입자로부터 받는 월 수신료)가 해외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기 때문이다. 국내 유료방송의 ARPU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30개국 중 29위) 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유료방송의 ARPU가 낮은 근본적인 이유는 플랫폼사업자가 방송 서비스를 통한 수신료와 부가 수익을 창출하는 합리적인 사업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 있는 홈쇼핑 송출수수료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플랫폼사업자는 방송 수신료를 초저가로 구성해 가입자는 최대한 확대하고, 대신 홈쇼핑 채널을 황금 채널 대역에 배치해 홈쇼핑 수익 제고에 집중하는 사업 구조를 선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플랫폼으로부터 정상적인 콘텐츠 대가를 받을 수 없게 된 PP는 결국 광고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홈쇼핑 사업자'의 채널이 시청률 확보에 유리한 '황금번호' 대역에 집중 편성되고 있는 반면, 대다수의 PP는 시청자가 찾아오기 힘든 번호 대역에 편성돼 있다. 특히, 최근 1~2년 사이에는 데이터(양방향) 홈쇼핑 사업자가 황금번호 대역인 20~30번대에 대거 진입해, PP의 채널 번호는 비(非)선호대역으로 밀려나 시청률이 감소했다. 이로 인해 PP의 광고 수익도 감소될 수밖에 없고, 특히, 중소PP는 적게는 20%, 많게는 50%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가 KT, SK, 신세계 등 대기업의 데이터 홈쇼핑을 활성화하기 위해 PP를 희생시키는 정책을 검토 중에 있어 우려스럽다. 온전한 양방향 서비스를 위해 출범시킨 데이터 홈쇼핑 사업자를 케이블의 반쪽 디지털 상품(8VSB)에 추가로 편성이 가능하게끔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양방향 서비스의 구현을 전제로 허가해 줬던 데이터 홈쇼핑을 단방향 서비스인 8VSB에도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기존 정책과 배치된다. 실제로, 데이터 홈쇼핑의 양방향 서비스 주문(리모콘 주문)은 전체 주문건수의 1~2%에 불과하고, 전화 주문이 대다수를 차지 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 홈쇼핑이 도입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일반 홈쇼핑과 아무런 차별점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기업의 데이터 홈쇼핑 사업 확대를 위해 PP가 희생당하는 정책 도입은 재고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겠다는 과기부가 유료방송산업을 홈쇼핑 주도의 산업으로 성장시키려는 것이 아니라면, 각 사업자들이 본연의 사업을 온전히 수행하도록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관점에서 정책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즉, 유료방송생태계를 건강하게 육성시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소외받고 희생됐던 PP를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반쪽짜리 디지털 상품(8VSB)에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주장 이전에 데이터 홈쇼핑 사업자가 허가 당시 원래의 취지대로 운영되도록 관리 감독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플랫폼사업자는 본연의 사업 활성화를 위해 홈쇼핑수수료에 안주하지 말고, 차별화된 방송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시청자) 후생 측면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 채널을 넘길 때마다 홈쇼핑 채널이 나타나는 홈쇼핑 공화국의 시청자들은 정부의 홈쇼핑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 정부는 특정 사업자와 소비자(시청자)가 소외되지 않고, 각 사업자가 본연의 사업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정책 구현을 통해 건강한 방송 생태계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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