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 해야할까?

"동반성장에 효과적" vs "산업전반 효율성 ↓"… 의견 '분분'
중기 44% "동반성장 정책 중 효과 탁월"
2006년 폐지… 민간 자율합의로 운영
여,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본격 추진
"부작용 최소화 방안 심도있게 논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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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봅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 해야할까?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세번째)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집권 첫해인 2017년이 민생 민주주의 개혁과제 이행 위한 초석 놓는 해였다면 올해는 구체적이고 실질적 성과 내는 해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2월 임시국회에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개혁 과제로 소상공인을 위한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를 제안했습니다. 여당의 원내대표가 직접 요청한 사안이니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를 시작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국회에는 중소기업과 중소상인을 위한 적합업종 법제화 법안이 몇 가지 계류 중입니다. 우 원내대표가 2016년 6월에 대표 발의한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과 이훈 민주당 의원(지난해 1월)과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지난해 12월)이 각각 대표 발의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안' 등이 있습니다. 법안의 내용은 비슷비슷합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중소기업 보호와 활성화를 목적으로, 일부 특정업종을 정해 대기업의 과잉 진출을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정부가 중소기업 고유업종이라는 이름으로 1979년부터 시행하다 2006년에 폐지했습니다. 중소기업 활성화 효과보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낮추는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죠. 현재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강제성이 없는 민간 자율합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놓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적합업종 법제화에 찬성하는 측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등 무분별한 사업확장으로 중소기업과 중소상인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주장하고, 반대하는 측은 적합업종이 경제적 역기능을 초래한다고 우려를 표합니다.

[알아봅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 해야할까?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동반성장에 효과적"= 최근 신세계 이마트가 운영하는 중소형 마트 '노브랜드', 현대차그룹의 렌터카사업 진출 등 대기업들이 골목상권이나 영세 중소업종까지 진출하는 사례가 늘면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중소기업인·소상공인의 간담회에서 "생계형 적합업종을 법제화하고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중기중앙회가 지난해 12월, 대기업 협력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확산을 위한 정책수요 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한 여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들 업체는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상생협력 정책 중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협력이익 배분제 도입(45.0%)'과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35.2%) 등을 꼽았습니다. 또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정책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44.4%)'가 1위에 올랐습니다.

2006년 고유업종 제도가 폐지된 이후 동향을 살펴보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재벌그룹의 계열사가 모두 477개 증가했습니다. 제조업 및 농림어업, 건설업 분야는 90개(18.9%) 증가한 반면, 생계형 소상공인이 주로 영위하는 분야에서 387개(81.1%)가 늘었습니다. 재벌 계열사 대부분이 소상공인 사업영역으로 진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적합업종 법제화, 순기능보다 역기능?= 대·중소기업의 상생발전을 위해 도입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오히려 산업 전반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전현배·주하연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가 내놓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정책 시행: 한국의 실증 결과 분석' 논문을 보면 레미콘 산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전후로 분석한 결과, 생산성 제고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 교수는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아 산업 내 경쟁 강도를 낮춰 중소기업의 매출은 늘었지만 산업 전반의 생산성이나 효율성에는 큰 효과를 주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비슷한 연구결과를 냈습니다. 윤상호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법제화: 경제적 역기능 및 정책적 시사점' 분석 보고서에서 "적합업종 제도는 근본적으로 제도의 목적인 경제적 순기능이 불가능한 제도"라며 "적합업종 법제화는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나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부처도 법제화에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는 사실 경제적·정책적 순기능과 역기능이 모두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문제는 법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강제하자는 요구가 나올 정도로 대기업의 시장 잠식이 두드러지고 있고,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힘만으로는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도가 없다는 겁니다. 만약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법제화 한다면 '적합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법안 심의 과정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합니다. 반대로 법제화를 하지 않더라도 동반성장위가 운영하는 민간 자율합의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등 중소기업·중소상인을 보호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합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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