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 등 법안 발의에
업계 "2012년 판결 정면 위배
법안통과땐 역차별 심화 우려"
"선거의식 보여주기 행보" 일침
업계 "2012년 판결 정면 위배
법안통과땐 역차별 심화 우려"
"선거의식 보여주기 행보" 일침
[디지털타임스 진현진 기자]국회가 시대를 역행하는 포털 규제법을 잇달아 내놔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법안 발의 현황을 홍보하기 위한 '보여주기' 식 행보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자칫 이런 법이 통과할 경우 국내 인터넷사업자들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뉴노멀법'에 이어 '인터넷 실명제'를 부활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 발의에 인터넷 업계는 반대 의견을 제출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말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등 10인이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인터넷 실명제'를 부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은 국가기관 등이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경우 게시판 이용자가 주민등록번호와 실명을 통해 본인 확인을 거친 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인터넷실명제를 두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 다음 등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설치·운영하고 있는 게시판에서는 이용자가 자유롭게 익명으로 댓글을 의사표현 하도록 해 댓글을 통한 타인의 인격권 침해 등이 우려된다며 이 법안이 발의됐다.
인터넷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비영리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이 법안은 2012년 위헌결정을 받은 인터넷 실명제를 부활시키는 것으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정면으로 위배한다"고 비판했다. 인터넷 실명제는 2007년 도입돼 2012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을 받아 폐지됐다. '댓글'에 대한 정의가 없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며 결국 모든 게시글에 대한 본인확인 조치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오픈넷 측의 주장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이 가입한 인터넷기업협회도 지난 12일 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차재필 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표현의 자유를 강화하는 게 이번 정권의 기조인데 이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10여년 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과거로 회귀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미 헌재에서 증명이 된 사안임에도 법안이 발의된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해외 사업자들에게 사실상 강제하기 힘들어 결국 국내 이용자들이 해외 서비스를 찾아 떠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차 실장의 설명이다. 과거 원조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인 아프리카TV, 판도라TV의 이용자들이 인터넷 실명제 때문에 구글 유튜브로 옮겨갔던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얘기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뉴노멀법'에 대한 비판론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올 2월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를 추진하고 있는 이 법은 포털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이동통신사나 방송사 수준으로 강화하는 법이다. 김 의원은 역차별을 해소하는 방안을 추가로 마련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업계는 통신사처럼 '획정'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어서 뉴노멀법이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인터넷 실명제 역시 결국 댓글 달기 쉽고 표현의 자유를 제한받지 않는 해외 서비스에 이용자들을 다 뺏기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헌재에서 위헌결정이 난 사안을 다시 들고 나오는 것은 선거를 앞둔 현 상황에서 의도를 의심해봐야 할 정도"라며 "아무런 고민 없이 기계적으로 법을 발의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병준 서울대학교 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네이버를 도와줘도 모자를 판에 국회에선 모래주머니를 달아 잡아끌고 있다. 선거기간에 법 하나 더 만들었다고 홍보하는 국회의원들이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진현진기자 2jinh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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