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룡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홍보실장
![[DT광장] 기업이 뛰어야 일자리 문제 풀린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01/2018010802102351039001[1].jpg "[DT광장] 기업이 뛰어야 일자리 문제 풀린다")
기타 치며 노래하다 취직을 못하고 대학원에 갔다. IMF 사태 직후였지만 학문에 뜻을 둔 탓이라고 안팎에 거짓말했다. 실직한 남편이 바람난 아내를 죽이는 영화가 인기를 끌었고, 팔팔한 동기들은 취직 걱정에 소주를 많이 마셨다. 몇 년 뒤 엉터리로 졸업한 나는 정부 출연 경제정책연구소에 운 좋게 입사해서 맥주를 마시며 놀았다. 백수가 다수인 동네 친구들에게 술을 많이 샀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젠 더치페이다.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110만 명이 넘는 청년이 취업하지 못해 알바를 전전하며 갑질에 시달린다. 알바로 생계를 잇는 사람도 늘어난다. 지난 11월 청년실업률은 9.2%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장년층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 거대한 사회문제로 폭발할 날이 가깝다는 분석이 많다. 취업을 해도 문제다.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 근로자와 싸우는데, 한 쪽 편을 들기엔 양쪽의 항변이 모두 타당해 곤혹스럽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겪고 있는 불합리한 차별도, 취업을 위해 하얗게 불태운 나날에 대한 정규직 근로자의 허망함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소득주도성장은 일자리 문제 해결 없이는 시동조차 걸 수 없다. 혁신성장도 마찬가지다. 공공부문을 제외하면 대부분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혁신의 한계를 돌파하는 것도 기업이다. 기업이 활발하게 뛰어야 일자리 문제가 해결된다. 청년들의 하릴없는 방황도 마침내 끝난다. 양질의 일자리와 갈 곳 없는 인력이 만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도 정부 정책은 기업 운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갖가지 지원 정책은 차치하더라도 활동 자체를 봉쇄하는 규제들은 웬만한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 지원 절벽과 규제 폭탄을 피해 견실한 중견기업조차 스스로 성장을 유예한다는 설화적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목하 세계 여러 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다.
기업에 대한 배타적 인식을 일소할 수 있도록 사회 각 부문의 소통을 확대해야 한다. 기업은 수많은 근로자와 가족들의 삶을 지탱하고 국가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주체다. 자본과 노동의 고식적 분리에 근거한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공감의 폭을 넓혀야 한다. 여유 있는 쪽이 먼저 좀 더 양보하는 편이 아름답겠지만, 누구라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몰아세워서는 곤란하다. 진심에서 우러난 수긍 없이 우격다짐으로 후퇴시켜 얻을 수 있는 건 적다. 365일 24시간 주야불문 어제보다 싼 가격에 치킨을 배달시킬 수 있는 현상은 국가 경제 자멸의 징후다. 일자리를 잃은 가장들이 퇴직금을 올인하고, 아버지가 직장을 잃어 용돈을 탈 수 없는 청소년과 취업 공부에 잠이 부족한 청년들이 오토바이에 오를 수밖에 없어 벌어지는 비극적 풍경이다.
산꼭대기 국민학교 운동장에서 조무래기들은 '둥글게, 둥글게' 노래를 부르며 놀았다. 노래는 언젠가부터 무리의 한 명씩을 탈락시키는 '의자게임'의 주문으로 익숙하지만, 게임이 은유하는 차가운 현실 따위를 알 턱 없는 녀석들은 마냥 즐겁기만 했다. 상징은 이념을 통해 의미의 외피를 두른다.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바보처럼 둥글게 살아도, 아니 서로 둥글둥글 양보하고 배려해서 함께 행복한 시절을 꿈꾼다. 메이커 아동복들도 산동네 새카만 코흘리개들도 다르지 않았다. 어느새 새해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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