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 구도 광화문, 다양성의 공간 탈바꿈
국민의 목소리, 총선으로 '다당제' 만들어
'협치' 절실한 정치권 민심 외면한채 '반목'
노동 분야 등 '집단 이기주의'까지 확산
"서로의 이익 절충하는 사회적 노력 필요"
국민의 목소리, 총선으로 '다당제' 만들어
'협치' 절실한 정치권 민심 외면한채 '반목'
노동 분야 등 '집단 이기주의'까지 확산
"서로의 이익 절충하는 사회적 노력 필요"
![[돌아본 한국사회] 촛불로 이룬 ‘다양성’… 갈등 정치로 ‘빛바랜 광장’](http://contents.dt.co.kr/images/201712/2017122902100457045001[1].jpg "[돌아본 한국사회] 촛불로 이룬 ‘다양성’… 갈등 정치로 ‘빛바랜 광장’")
1년 전 대한민국은 광화문 광장에서 둘로 갈라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 탄핵 반대를 외치던 목소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사그라지고 광화문 광장은 일상을 되찾았다. '대결의 장'이었던 광화문 광장은 1년 사이에 '다양성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촛불을 들고 직접 민주주의, 광장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국민의 목소리는 탄핵 찬·반 집회를 거치며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인 다양성을 외치는 목소리로 변주를 시작했다.
◇국민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국회…갈등만 심화= 다양성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정치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도를 반영하듯 국회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두 정당 중심으로 운영되던 국회는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얻으면서 3개 교섭단체 중심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탄핵 정국을 거치며 바른정당이 당시 새누리당에서 분화해 1년 동안 4개 교섭단체 체제가 유지되기도 했다.
거대한 2개 정당의 '파워게임'에 반목·공전을 일삼는 국회를 바라보던 국민의 시선이 달라졌다. 어떤 정당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협치'가 절실한 상황이 됐다. 4개 교섭단체가 협의·합의를 통해 국민 각계각층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는 다양성을 실현할 거라 국민은 기대했다.
하지만 2개 거대 정당이 4개 정당으로 갈라졌을 뿐이었다. 몇 달 사이에 기대는 실망으로 변했다. 협치는 없었다. 쟁점을 둘러싼 갈등은 심화됐다.
여당이자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양보를 포기했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협의 대신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대부분의 사안에 반기를 들기 바빴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호남을 지나치게 의식해 두 정당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흔들렸다.
국민이 국회에 원했던 기대감은 예산정국을 거치며 산산조각이 났다. 법인세 인상이 자유시장경제질서를 해친다는 한국당은 법인세율 인상안 처리를 사실상 방조했다. 공무원을 증원할 경우 국가재정이 파탄 난다며 극렬 반대했지만 결국 두 손을 들었다.
민주당은 예산안·법안을 밀어붙이는 데만 급급했다. 한국당이 초고소득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인상과 함께 제시했던 중소기업 법인세 인하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산안·법안 처리가 급했던 민주당은 제1 야당을 배제한 채 국민의당을 회유하기 위해 호남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증액했다.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할 국민의당은 SOC 예산을 확보하는 데 만족했다.
◇다양성은 실종, 혼란만 가중= 국회가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정당 이기주의에 빠지자 사회 곳곳에서 집단 이기주의가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가장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분야가 노동분야다.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중 휴일·연장수당의 중복할증 문제가 핵심인데, 여야·정부는 물론 노동계의 입장도 극명히 갈리면서 갈등이 양산되고 있다.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과 보수 야당은 기업의 부담이 급증한다며 중복할증을 통상임금의 150%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부 여당 의원과 양대 노총은 이를 200%로 높여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문제를 놓고는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달 26일 고정상여금 등 각종 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할 가능성을 내비치자 이에 반대해온 노동계가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파리바게뜨 제빵사 직접 고용 시정 지시로 확인된 한국노총·민주노총 양대 노총의 갈등도 언제 다시 불거질 지 모른다. 양대 노총이 파리바게뜨 제빵사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근로자들을 조합원으로 확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경쟁하면서 빚어진 갈등은 앞으로도 사안별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의사·약사들이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반발해 거리로 뛰쳐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한국 사회는 다양성이 보장되는 사회가 아니다. 서로의 이익을 절충할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것이 다양성의 전제조건인데 모두가 자신의 목소리만 내고 있는 상황이다. 촛불을 들었던 모두가 역지사지를 잊은 채 정권교체에 대한 자신의 역할만을 내세워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현재의 혼란 중 정부 정책으로 야기된 것을 정부가 수습하려면 국민에게 한 약속 중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을 접어야 한다. 현실성이 없다고 솔직히 털어놓는 것도 용기다. 지금의 혼란을 수습하려면 솔직함을 갖고 국민을 이해시키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이호승기자 yos54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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